[기자의 눈] 애플의 두 얼굴

지난달 30일 미국 세너제이 법정에서 열린 삼성전자와 애플의 본안소송 첫날.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의 이목이 애플에 근무했던 한 직원에 집중됐다.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니시보리 신이 주목을 끈 것은 그가 '아이폰'디자인을 개발하는 일에 깊숙이 관여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니시보리를 증인으로 소환한다고 재판부에 요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행방이 묘연하다는 게 이유였다.

'세기의 소송'으로 불리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미국 본안소송이 시작되면서 베일에 감춰졌던 애플의 이면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증거 사진을 조작해 법원에 제출하더니 이번에는 '아이폰'개발에 참여한 디자이너를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아이폰 디자인 특허의 공동 등록자인 니시보리를 지난해 9월부터 추적해왔다. 삼성전자의 끈질긴 증인 요청에도 애플은 "해당 직원이 병가 중이어서 소환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하지만 니시보리가 하와이에서 서핑을 즐기며 휴양하고 있다는 사실이 트위터를 통해 드러나자 애플은 본안소송이 시작되기 직전에 돌연 그를 퇴사 처리했다. 애플이 삼성전자와의 특허소송에서 '꼼수'를 부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애플은 지난해 8월 독일에서 열린 소송에서도 법원에 조작된 증거사진을 제출해 논란을 일으켰다. 삼성전자의 갤럭시탭이 아이패드의 디자인을 베꼈다며 갤럭시탭 사진의 가로와 세로 비율을 아이패드와 똑같은 모양으로 변경해 제출한 것이다. 애플은 심지어 태블릿PC의 네 모퉁이가 둥글거나 제품 앞면이 평평해서는 안 된다는 억지까지 쓰며 삼성전자를 압박하고 있다.

애플은 삼성전자가 특허를 침해해 지금까지 25억2,500만달러(약 2조9,000억원)의 손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더해 앞으로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를 이용하면 제품 하나당 100달러(약 11만원)의 특허료를 내야 한다는 주장까지 되풀이하고 있다. 애플의 주장처럼 기업에 특허는 중요한 자산이고 법에 의해 보호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삼성전자와의 소송전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애플의 행보를 놓고 당초 애플에 우호적이었던 미국 언론들조차 지나치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지금 애플에 필요한 것은 '욕심이 지나치면 아니 한 것만 못하다'는 속담이 아닐까.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