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볼보 S60 D4

민첩한 코너링… 눈·빗길도 씽씽
스포티한 라인·승차감 안락
앞차 자동 충돌방지 기능도
가격 경쟁력 떨어져 아쉬움


국내 자동차 시장은 지난해 독일산 디젤 세단, 특히 BMW가 시장을 압도했다. 중형은 520d, 준중형은 320d가 없어서 못 팔릴 정도였다. 다운사이징 추세에 맞춘 2.0 디젤 엔진은 힘은 물론이고 연비도 압도적이라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한때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 10% 수준을 유지했던 볼보자동차도 지난해 기존 2.5리터 디젤 엔진을 2.0리터로 대체하며 시장 흐름에 동참했다.

볼보의 엔트리급 준중형 세단인 S60 D4의 2013년식 모델을 접해보니 디자인 측면에서 젊은 감각이 뚜렷하게 느껴졌다. 전체적으로 차량이 낮게 보이게 설계돼 날렵한 인상을 주고, 쿠페형으로 트렁크까지 이어지는 라인은 스포티한 감성을 지녔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게 해준다.

차량을 타보니 보기보다 널찍한 실내공간이 놀라웠다. 준중형이라고 하지만 차량의 폭이 동급 독일세단 중 가장 넓은 A4 2.0 TDI(1,826mm)는 물론이고, 국산 중형차인 현대 쏘나타(1,835mm)보다도 넓다. 실제 성인 남성 4명이 앞뒤로 앉았음에도 불편함이 없었다.

주행 능력을 시험해봤다. 동급 디젤 세단들이 4기통인데 비해 S60 D4는 직렬 5기통 터보 디젤엔진을 장착해 1,500rpm 부근에서부터 최대 토크(40.8kgㆍm)을 뿜어낸다. 최고 163마력의 힘은 고속 주행이나 추월 등 힘이 필요할 때 부족함이 없다.

요즘처럼 눈이 많이 오거나 여름에 잦은 비로 노면이 미끄러울 때도 S60의 장점은 발휘된다. 이 차는 전륜구동이라 후륜구동인 동급 독일 세단(320d, C220d, A4 2.0 TDI)처럼 눈길에서 밀리거나 하지 않는 확연한 차이를 드러낸다. S60 D4에는 민첩한 코너링을 돕는CTC가 장착돼 전륜구동 차량이 코너링을 할 때 일어나는 언더스티어(의도한 궤적보다 바깥으로 밀리는 현상)을 최소화하며 다이내믹한 주행을 돕는다. 전체적인 승차감은 딱딱하다고 느껴지는 독일차와 부드러운 일본차의 중간 정도다. 연비도 표시된 것(복합연비 14.0km/ℓ)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왔다.

사실 볼보의 이미지는 최근 좋지 않다. 경영난으로 중국(지리자동차)에 넘어가면서 프리미엄의 차라는 인식이 희석된 것. 쌍용차나 재규어랜드로버가 각각 인도 회사로 편입됐지만 차량의 성능에 문제가 없이 잘 팔리는 것과 비교하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과연 차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차를 타보고 내린 결론부터 얘기하면 안 팔리는 이유는 딱 하나였다. 볼보라는 브랜드에 대한 선입견. 오히려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사양은 동급에서 가장 잘 팔리는 320d에 비해 뛰어난 점도 많다.

S60 D4의 인테리어는 고급스러움이 동급 어느 차종에도 뒤지지 않는다. 우드패널과 마감재도 여느 럭셔리 브랜드의 중형차 이상 수준이다. 기어레버는 2013년형부터 가죽이 아닌 LED 내장형으로 교체됐다.

최첨단 편의사양도 강점이다. 볼보하면 안전의 대명사답게 시티 세이프티와 사각지대 정보시스템(BLIS)이 기본으로 달려있다. 시티 세이프티는 저속 주행에서 앞 차와의 충돌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차를 멈추는 장치로, 2013년 모델은 작동 속도가 기존 시속 30km에서 50km로 개선됐다. 사고가 날까 두려워 이전 볼보 차를 타면서 시험해보지 못한 기능이었으나 S60 D4를 타며 앞 차와의 간격 유지에 실패하다 경고음을 내며 차량이 멈추는 것을 경험하기도 했다. BLIS는 최근 국내 모델에도 적용되고 있는 사양으로 차선 변경에 어려움이 큰 여성 운전자에게는 큰 도움이 될 만 하다.

아쉽다면 가격이다. 국내에서 프리미엄의 가치가 많이 희석된 만큼 동급 경쟁모델에 비해 좀 더 경쟁력 있었으면 눈에 확 띄었을 것이다. S60 D4는 4,430만원으로 아우디 A4 2.0 TDI와 같고 BMW의 320d 기본형(4,750만원)과 약 300만원의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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