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7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예술경연대회에서 깜짝 놀랄 만한 일이 일어났다. 2,000여개가 넘는 러시아 예술학교가 참가한 이 대회에서 러시아 변방 섬 사할린의 어린 학생들이 조선 춤으로 대상을 받은 것이다. 우리 동포들이 사할린으로 강제 이주된 지 60여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한국인의 정신과 전통문화를 지켜내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MBC가 28일 밤 12시55분에 방송하는 특집 ‘심야스페셜’의 ‘사할린 아리랑 하라쇼 아라리오’에서는 3,4세대들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는 사할린 동포들의 애달픈 사연을 들려준다. 이번 예술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학생들은 러시아 사할린 주 에트노스 예술학교 학생들. 러시아 예술학교 중에서 유일하게 조선예술학과가 있는 이 학교는 사할린 이주 동포 4세대 아이들 80여 명이 장구, 가야금, 전통 춤 등을 배우며 우리의 전통문화를 이어가고 있다. 이 곳에서 한인동포 2세인 이정자 선생님은 학교 설립 당시부터 학생들에게 조선예술을 가르치고 있다.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우리 가락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조선 전통음악을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 평양에서 음악교육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동포들이 많이 산다는 사할린에서 한국 문화를 지켜가는 데는 큰 한계가 있다. 사할린에 있는 11개 학교 가운데 한국어를 가르치는 학교는 불과 2곳 뿐. 그나마 동포들이 한글과 한국의 전통문화를 배울 수 있는 문화센터는 일본의 지원으로 건립됐다. 정작 한국에서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알릴 어떤 지원이나 노력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프로그램은 아직까지 남아있는 이주 1세대들의 오늘도 들여 다 본다. 일제에 강제징용 당한 1세대들은 지금까지도 탄광촌에서 고달픈 삶을 이어가며 사할린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이국 땅에서 예순번 넘게 설을 보낸 이들의 명절 풍경을 살펴보고, 예술학교 학생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위해 우리 전통음악을 들려주는 눈시울 붉어질 모습도 비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