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영화를 할리우드가 각색하면 어떤 다른 느낌의 작품이 나올까. 2~3년 전 한국영화의 리메이크 판권이 연달아 할리우드 대형 영화사에 팔리면서 그곳에서 만들어질 우리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 갔다 . 그 첫번째 리메이크작인 ‘레이크 하우스’가 한국에 상륙했다. 영화의 원작은 이현승 감독의 ‘시월애’. 전지현과 이정재가 주연했던 그야말로 ‘예쁜’ 그 영화다. 석양이 바라보이는 아름다운 집을 배경으로 두 남녀가 시공간이 이어진 우체통을 통해 사랑의 편지를 주고 받는 내용이다. ‘레이크 하우스’는 몇몇 설정을 제외하곤 영화의 기본 골격을 그대로 유지했다. 여주인공의 직업이 의사로 바뀌고, 갯벌 위의 집이 호수 위의 집으로 바뀐 정도다. 그 외에는 그다지 다른 것이 없다. 여주인공 케이트(산드라 블록)와 남자주인공 알렉스(키아누 리브스)가 호숫가에 지어진 아름다운 집을 배경으로 시공간이 이어진 우체통을 통해 사랑의 편지를 나누는 내용은 원작 그대로다. 기본 설정의 면에서 이처럼 달라진 것이 없음에도 영화는 원작만큼의 울림도 주지 못한다. 이는 할리우드 영화의 매끈한 질감과 ‘편지’라는 구식 소통수단의 부조화 때문. 원작에서 편지를 통해 수줍은 사랑을 확인하는 모습은 예쁘고 아련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법한 연애편지에 대한 기억과 그 안에 담긴 감수성이 관객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그런데 이런 편지라는 수단이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 가면서 느낌이 확연히 달라진다. 그곳에서 편지는 수줍은 사랑의 증표가 아니라 그저 대화의 통로일 뿐. 이 감수성의 차이가 ‘밍밍한’ 연애영화 ‘레이크 하우스’를 만들어냈다. 영화 속 인물들에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특히 산드라 블록이 연기한 케이트는 원작과 달리 지나치게 생기 없고 삶에 찌든 모습으로 등장해 아련한 로맨스의 맛을 깎아 먹는다. 차라리 ‘미스 에이전트’ 등에서 보여준 활기 넘치는 인물로 등장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레이크 하우스’는 우려돼 왔던 ‘한국원작 할리우드 영화의 역공’이 당장 큰 위력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게 하는 작품이다. 그만큼 한국과 할리우드의 시공간과 감수성의 차이는 크다는 것. 아직 이런 영화들이 한국 극장을 공략하기엔 조금 시간이 남았겠지만 그만큼 우리도 준비해야 한다는 경종을 울려주는 영화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