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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는 일에서 떠나 휴식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과학기술의 발달과 소득증가 등으로 보다 많은 여가시간이 주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에 따른 삶의 만족감과 행복감도 같이 증가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세탁기, 청소기 등 문명의 이기들로 과거 같으면 꽤나 많은 노동력을 요구했던 일들이 요즘에는 손가락 하나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노동력이 줄어들었다는 얘기인데, 그렇다면 '빈 시간'은 많이 늘어났을까. 혹시 더 좋은 세탁기, 더 편리한 청소기를 사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수 많은 문명의 이기들로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되었지만, 여가를 즐기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 혹여 여가시간이 나더라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데, 우리나라의 모습으로도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인의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고령자의 하루 평균 여가시간은 6시간 46분이지만, 대부분 'TV보기(3시간 27분)'로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제활동(57분), 레저(47분) 등 보다 적극적인 여가활동 시간은 채 1시간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베이비부머의 본격적인 은퇴로 이 같은 양상의 변화가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성취감과 교육, 건강수준이 높고, 축적된 부도 많은 베이비부머들은 여가시간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여지가 크다.
이런 측면에서 소위 '진지한 여가(Serious leisure)'가 주목 받고 있다. 캐나다 캘거리대 교수 스테빈스(R. Stebbins)가 처음 사용한 진지한 여가는 TV시청, 낮잠 등과 같은 '일상적 여가(Casual leisure)'의 상대적인 개념으로 보다 적극적이고 계획적인 여가를 뜻한다. 예술이나 스포츠 등의 분야에서 아마추어 수준으로 참여하는 활동이 이에 포함될 수 있다. 이런 류의 진지한 여가는 일정한 과정을 거쳐 직업이 될 가능성도 있다. 반면 직업으로 전환 가능성이 작은 수집, 만들기, 교양활동 등은 취미활동으로 표현할 수 있는 진지한 여가다. 도움을 주고자 하는 내적 동기에 의해 유발돼 행하는 전문적 자원봉사활동도 진지한 여가의 범주에 들어간다.
일상적 여가가 즉각적인 내적 보상과 단시간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진지한 여가는 지식이나 기술 등의 획득이 가능하고 성취감과 만족감으로 이어진다. 진지한 여가가 고령자에게 특히 필요한 것은 은퇴와 동시에 사회 소속감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소속감 결여를 진지한 여가가 일정부문 메워 줄 수 있는데 교육받고, 지식을 습득하며 사람들과 어울릴 때 소속감이 고양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서 많은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는 측면에서도 진지한 여가는 더욱 더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고령자들은 신체적, 심리적, 경제적 변화를 경험하면서 생활의 균형이 깨질 수 있는데 이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여가인 것이다. 따라서 은퇴 이후 스스로 신체적 심리적 특성의 변화를 고려해 노년기의 삶을 준비해야 하며, 이런 측면에서 여가의 중요성과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더 높은 만족감과 행복감을 주는 진지한 여가의 경우 미리부터 계획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누릴 수 없다. 은퇴 전부터 여가생활에 대한 계획과 준비가 필요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