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와 인도네시아의 경제 위기 관련 소식으로 연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두 나라는 한글 표기방식의 국가명이 비슷하고 통화명도 루피(rupee)와 루피아(rupiah)로 비슷하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위치ㆍ종교ㆍ문화ㆍ언어 등이 완전히 다른 나라다.
하지만 최근에 전해지고 있는 금융위기의 원인은 같다. 즉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되고 통화가치 하락 압력이 높아지면서 금리를 인상하게 되고 잠시 안정세로 돌아서는 듯하다가 외국인 투자자금이 이탈하면서 본격적인 위기가 시작됐다는 점이다. 주가는 폭락하고 환율은 급등했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그다지 낯설지 않다. 바로 1990년대 말 발생했던 태국 금융위기를 그대로 답습한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외국인들에게 더 싼 가격에 매수 기회를 주면서 위기가 마무리된다는 '막장 드라마'식 스토리로 전개될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현재 인도네시아 위기의 원인으로 대두되는 것은 경제성장률 둔화 및 경상수지 적자 폭 확대, 그리고 물가와 환율의 상승이다.
올 들어 자카르타 최저임금이 44% 인상돼 물가 상승 조짐이 시작됐다. 인도네시아의 주요 수출품인 자원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무역수지 적자가 심화되고 이어 루피아화 하락이 본격화되면서 6월에 금리와 보조금 유가가 올랐다. 하지만 그 이후에 경제성장률이 4년 내 처음으로 5%로 떨어지고 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되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좀 더 장기적인 시각으로 보면 현재의 위기는 아주 자연스러운 조정 단계로 느껴진다. 수년간 인도네시아의 종합주가지수 추이를 보면 2007년도 한국이 2,000포인트를 재탈환했던 시기에 최초로 2,000포인트를 돌파했다가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1,000포인트까지 하락했다. 이후 연 6%대 고성장이 지속되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상승을 보이며 5,200포인트까지 급등하다가 최근 들어 최고치 대비 20% 수준 하락한 4,200포인트 부근에 와 있다. 올해만 보면 연초 대비 20% 이상 상승했다가 그만큼 조정을 보이면서 약보합세에 와 있는 모습이다.
인도네시아는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도 국내총생산(GDP)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육박하는 견고한 내수 소비로 고성장을 지켜왔다. 유로존의 올 2ㆍ4분기 성장률이 7개 분기 만에 플러스로 전환되고 미국 경기가 호전되면서 양적완화를 연내에 축소한다는 방침은 글로벌 경제가 호전될 것이라는 방증으로 악재라고만 할 수 없다. 실제로 미국 주식시장은 안정세를 찾는 모습이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기 마련이다. 인도네시아의 추가 하락은 절호의 저점 매수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