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7개 주채무계열 대기업그룹과 재무구조개선약정(MOU)을 맺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할 예정이다. 정부 당국이 최근 선정한 대기업그룹 구조조정 추진 대상(10여곳) 가운데 절대 다수(7곳) 그룹을 관리하는 산업은행의 이 같은 움직임은 향후 대기업 구조조정의 방향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금호ㆍ동부ㆍGM대우ㆍ대주ㆍ한진ㆍ동양ㆍ애경그룹 등 7개 대기업그룹을 MOU 대상으로 잠정 선정했다. 하지만 업종 특성상 부채비율이 일시적으로 높아진 일부 불합격 그룹을 MOU에서 제외시키는 방안도 강구되고 있어 최종 결정은 유동적인 상황이다. ◇사모투자펀드(PEF)에서 주채무계열 계열사 매입=산업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MOU를 맺는 대기업이 구조조정을 위해 내놓는 계열사 지분을 전량 인수하거나 최대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 지분인수 방안을 놓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동부그룹의 동부메탈, 금호그룹의 대우건설이 PEF를 통한 구조조정의 선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동부그룹은 알짜기업인 동부메탈 지분 100%를 산업은행에 매각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늦어도 다음달까지는 가시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그룹의 경우 산업은행은 금호생명 매각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계열사인 대우건설에 대해서는 산업은행이 일정 지분을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금호그룹이 금호생명 매각을 위해 국내외 투자자들과 접촉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매각 대기업에 우선매수권 부여=산업은행은 대기업이 유동성 확보 및 구조조정을 위해 계열사 지분을 매각할 경우 나중에 지분인수를 희망하는 기업들이 나타났을 때 우선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해당 대기업에 부여하기로 했다. 동부그룹이 동부메탈, 금호그룹이 대우건설 지분을 산업은행에 매각하더라도 향후 구조조정에 성공할 경우 동부메탈과 대우건설을 매입하려는 매수자가 여럿 나타나더라도 동부그룹과 금호그룹에 우선매수권을 준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이 같은 기준을 다른 대기업그룹 구조조정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GM대우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의 GM 처리 결과 및 GM이 제시하는 신용보강 방안을 검토한 후 신규자금 지원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한진그룹의 경우 환율변동에 따른 대한항공의 리스료 부담과 국제유가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대주그룹은 워크아웃 플랜이 확정된 대한조선 정상화에 주목하고 있다. 한편 산업은행은 MOU 대상은 아니지만 유동성 확보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두산그룹에 대해서는 유동성 지원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산업은행은 오는 14일 두산중공업ㆍ두산인프라코어ㆍ두산캐피탈ㆍ두산메가텍ㆍ렉스콘 등 두산그룹 5개사가 발행하는 사모사채를 기초자산으로 채권담보부증권(CBO)을 발행하기로 했다. 선순위 CBO의 발행규모는 5,500억원이며 두산그룹 5개사가 사모사채 원리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산업은행이 신용보강 한도 내에서 CBO 투자자들에게 해당 금액을 대신 지급하게 된다. 또 산업은행은 두산그룹의 두산인프라코어(옛 밥캣)에 대한 자금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해 ‘차입금 대비 현금영업이익비율(Debt to EBITDA)’을 낮춰주는 방안을 다른 채권단과 협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