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방한중 현대건설 계동 본사를 방문한 오비앙(왼쪽) 적도기니 대통령이 김중겸 사장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
|
지난 9월 말 현대건설 김중겸 사장실에는 아프리카 서부 기니만에 자리잡은 조그만 나라에서 보낸 서신이 도착했다. 오는 12일 열리는 적도기니 42주년 독립기념일 행사에 꼭 참석해달라는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 음바소고 대통령이 직접 친필로 사인해 보낸 초청장이었다. 인구 63만명 규모의 적도기니는 1인당 국민소득이 4만달러에 육박하는 신흥산유국이다.
오비앙 대통령이 직접 이례적으로 외국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독립기념일 행사에 초청한 사연은 김 사장과의 특별한 인연 때문이다.
김 사장이 현대엔지니어링 사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7년 당시 현대엔지니어링은 현지에서 100억원짜리 소규모 상수도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문제는 공사 중인 물탱크에서 물이 새는 하자가 발생했던 것. 취임 초여서 제대로 업무파악도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김 사장은 곧바로 현지로 달려갔고 오비앙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물탱크를 고치는 대신 아예 새 제품으로 바꿔 시공해주겠다고 밝혔다. 물탱크 가격이 전체 공사비의 3분의1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밑지고 공사를 해주는 셈이었다. 여기에 김 사장은 당시 설계에 없던 고가의 수조까지 지어줬다.
이때의 인연으로 오비앙 대통령은 지난 8월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했을 때 일정을 바꿔 서울 계동 현대건설 본사를 전격 방문하기도 했다.
김 사장은 "당시 눈앞의 이익만 생각했다면 무모한 재시공 약속을 하지 않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는 판단에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번 초청으로 8일부터 13일까지 적도기니를 방문해 발주처 및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