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표준약관 준수 여부에 대해 일관되지 못한 모습을 보여 표준약관을 성실히 지켜온 업체만 불이익을 당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21일 결혼정보업체 선우에 따르면 공정위가 2001년 10월 결혼정보업 표준약관을 만들고 조속한 시행을 촉구함에 따라 그동안 결혼정보회사들은 국가기관의 권고를준수해 표준약관을 성실히 지켜왔다. 그러나 선우는 이후 표준약관을 지키지 않고 회사 임의의 규정대로 영업을 해온 회사들이 있어 지난 9월14일 공정위에 표준약관 준수 여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물었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달 26일 답변서에서 과거 표준약관 준수를 촉구한 것과 달리 "약관법상 그 사용여부는 사업자의 자율에 맡겨져 있어 표준약관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위법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선우는 "공정위의 일관되지 못한 입장으로 손해를 감수하며 표준 약관을 지켜온 명분이 일순간에 사라졌다"며 "상식을 지킨 회사가 손해를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결혼정보법 표준약관은 2001년 10월 결혼정보업계 규모가 커지면서 분쟁이 늘어나자 소비자보호원과 공정위의 주도로 제정된 것으로, 소비자 보호에 중점을 둬 상시 계약해지와 소비자에게 유리한 환불조항이 포함돼 있다. 선우는 결국 20일 홈페이지를 통해 회원들을 상대로 향후 표준약관 준수 여부를 묻는 투표를 시작했다. 이에 대해 한 회원은 "약관 준수를 사업자에게 다 맡기는 공정위의 무책임도 이해가 안 되고 그런 부분을 알고 역이용하는 회사들도 문제가 많아 보인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회원은 "약관을 지키지 않는 곳을 그대로 방치한다는 것은 공정거래위원회 약관이 필요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며 "지키지도 않을 약관을 왜 만들었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표준약관은 관련업체들이 지켜야 할 하나의 표준을 만들어 준다는 의미로, 관련 업계의 경직성을 막으려고 그 준수 여부는 보통 사업자자율에 맡기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강제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에 그치고 있지만 시정조치도 취하고 있다"며 "그러나 해당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표준약관을 잘 지켜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