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형 기사들의 특징은 판의 형태를 능동적으로 이끈다는 점이다. 그들은 머리 속으로 어떤 즐거운 그림을 그려놓고 그것을 향하여 돌의 흐름을 몰고 간다.
천재형 기사 펑첸은 진작부터 백78의 코붙임을 생각했다. 그것을 멋진 수로 만들기 위하여 그는 흑61에 대해 귀를 지키지 않고 62로 전개한 것이었다.
백68은 검토실의 모든 기사들은 물론 대국 상대인 최철한까지도 깜짝 놀라게 한 수였다. 이 기상천외의 수는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흑69는 최강의 반발. 이곳의 응수는 무척 까다롭다. 만약 흑69로 참고도의 흑1에 몰면 백은 2 이하 8로 갇혔던 백군을 모두 살려낼 것이다.
그 전에 하나 젖혀둔 백66도 긴요한 수순이었다. 뒷맛을 개운히 하자면 흑67로는 가에 물러서야 하겠지만 그것은 자체로 2집 손해이므로 최철한은 맞바로 받은 것인데 이 강경한 응수로 인해 백68의 진가가 더욱 드러나게 되었다.
백70 이하 80은 흑의 형태를 우그러뜨리면서 외세를 쌓는 멋진 수순. 하지만 흑도 현찰을 챙기게 되어 별로 불만은 없다.
검토실에서는 백68로 직접 가에 끊는 수가 집중적으로 검토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흑나, 백다, 흑라로 도리어 흑이 좋다는 결론이 나왔다.
/노승일·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