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수위 입단속 전에 귀부터 열어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 임명에 대한 논란이 채 가시기도 전에 대언론 함구령이 떨어졌다. 불필요한 오해를 막겠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박근혜 당선인이 대선 직후 국민들에게 "소통의 정치를 하겠다"고 한 약속이 무색하다.

박 당선인은 인수위를 처음 주재한 자리에서 "과거의 사례를 보면 설익은 정책들이 무질서하게 나와 국민들에게 혼선을 주고 새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은 경우가 많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달라"고 당부했다. 김용준 위원장의 "위원회 활동은 대변인이 담당하게 돼 있고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응분의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확인한 셈이다. 언론에 정보가 새는 것을 막기 위해 자문위원회도 폐지했다. 한마디로 인수위의 활동은 보도자료만 보고 판단하라는 식이다. 마치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보도지침을 떠올리게 한다.

박 당선인의 비밀주의는 얼마 전에도 논란을 야기한 적이 있다. 인수위의 입으로 뽑힌 윤창중 수석대변인은 대선기간 중 막말 칼럼으로, 하지원 청년특위 위원은 돈봉투로 벌금형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곤욕을 치렀다. 같은 청년특위 위원인 윤상규 네오위즈게임즈 대표도 법정지급일이 지나 하도급대금을 지급하면서 지연이자를 내지 않아 물의를 일으켰다. 모두 보안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벌어진 사건들이다. 사전에 언론의 검증을 받거나 하다 못해 주변인에게 물어만 봤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었다.

정치는 국민과의 소통과정이다. 그러기에 귀를 열어야 한다. 새 정부의 기초를 다지는 인수위는 더더욱 그렇다. 중요한 정책과 인사에 대해서는 국민에게 배경을 설명하고 공감을 구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 김영삼 정부가 보안만 강조하고 '깜짝쇼'를 벌이다 어떤 결과를 냈는지 되새길 필요가 있다.

박 당선인은 인수위원과의 상견례 자리에서 국민의 삶을 최고 가치에 놓겠다고 했다. 또 당선 직후에는 대통합을 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비밀만을 원하는 당나귀 귀를 가지고서는 대통합도, 삶의 개선도 기대하기 어렵다. 대통합의 염원으로 뽑히고 출범할 새 정권이 불통의 수순을 밟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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