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부족→신용도 추락 악순환/딜러들 “더이상 대안 없다” 방관5개 종금사 추가업무정지와 환율변동제한폭 폐지 이후 다소 잠잠해지는듯 했던 원화환율이 다시 폭등세로 돌아섬에 따라 외환시장에서는 『이제 더이상 대안이 없는 것 같다』는 푸념과 함께 대외채무불이행선언(모라토리엄)이 임박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23일 외환시장에서 원화환율은 매매기준환율 1천6백85원30전보다 1백64원70전 높은 달러당 1천8백50원에 개장, 곧바로 1천9백원대로 올라선이후 2천원선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이날 현찰매도율 기준으로는 사상처음으로 2천원선을 넘어섰다.
이처럼 환율이 폭등세로 돌아선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지원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기관의 외화부족규모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데다 이들 기관의 대외신용도 역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금융계에 따르면 IMF 자금지원 이후에도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신인도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특히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사 등이 잇따라 한국의 해외신용등급을 추가로 낮춤에 따라 자금사정이 나쁜 일부 은행들은 결정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S&P는 22일 한국의 신용등급을 종전 BBB마이너스에서 무려 4단계나 낮은 B플러스로 하향조정했다. 이는 국제적 금융기관들이 투자대상에서 제외시키는 정크본드 수준으로 한마디로 우리나라가 중국, 필리핀보다도 신뢰도가 낮은 하위신용국으로 전락했음을 의미한다.
이같은 신용도 하락으로 해외자금 조달라인이 모두 봉쇄된 은행들은 만기도래한 해외부채를 제때 상환하지 못한 채 연일 부도위기에 몰리고 있으며 이는 다시 국내기관의 해외신용도를 추락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해외투자가들사이에는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거의 바닥났으며 자칫 국가부도 수순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유포되면서 우리나라에 대한 자금지원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양상은 곧바로 해외부채 조기상환 요구로 이어져 국내 은행들의 외화부채 연장비율이 종전 40%선에서 20%밑으로 급격히 하락하는 결과로 드러나고 있다.
결국 국가 전체적인 외화부족이 환율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환율상승은 다시 국가외환부도를 촉발하는 단초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종금사의 한 임원은 『외환사정이 극도록 악화됐다는 불안심리가 확산되면서 원화환율이 폭등세로 돌아서고 있다』며 『정부가 나서 미국과 일본 등 우방국으로부터 대량의 외화를 차입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환율이 2천원선을 넘어설 경우 불안심리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환율도 천정부지로 뛰어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사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정부가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종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