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국민들 "미안합니다"

가나무역 직원 김선일 씨를 가혹하게 살해한 이라크 무장세력에 대한 분노가 일고 있는 가운데 이라크 일반 국민은 "미안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지시간으로 22일 밤 김 씨가 살해됐다는 알-자지라 TV의 보도가 나간 직후 TV를 시청하던 바그다드 시민들은 충격 속에 TV 속보를 지켜보며 관심을 보였다. 기자와 함께 일하고 있는 전직 언론인 출신의 무라드 씨는 "밤에 TV를 보다가 김 씨가 살해됐다는 뉴스를 보고 아내가 눈물을 흘렸다"면서 "이라크에서 일하던 한국인이 희생된 데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바그다드 지국의 운전기사로 근무 중인 나자 씨도 기자에게 "I am sorry, Mr. An.(안 선생, 미안합니다)"을 연발했다. 기자가 투숙 중인 바그다드 시내의 알-둘레이미 호텔의 매니저는 "참혹하게 살해된데 대해 뭐라고 위로를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현지에서 취재활동을 하고 있는 외국 기자들도 기자를 직접 찾아와 위로의 말을 전하기도 하는 등 한국인 희생 소식에 슬픔을 함께 나누려는 모습을 보였다. 캘리포니아에 본부를 둔 정치전문 온라인 매체인 '살롱 닷컴'에서 프리랜서로 활동 중인 필립 로버트슨 기자는 기자가 투숙한 호텔로 직접 찾아와 "뭐라고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인사를 건넨 뒤 떠났다. 필립 기자는 김선일 씨의 피랍사건이 발생한 이후 현지에 머물고 있는 조성수타임지 기자 등이 김 씨 석방을 위해 그동안 접촉해온 이슬람 관계자 및 팔루자 현지 인사들과 접촉을 시도하자 이를 적극 지원하기도 했다. 필립 기자는 바그다드에서 함께 활동했던 네덜란드 출신의 다른 프리랜서 작가에게 국제전화까지 걸어 이라크 현지인 접촉 인사의 전화번호를 파악한 뒤 이들에게 전화를 걸어 김 씨의 석방을 위해 도와달라고 당부까지 하기도 했다. 워싱턴 타임스 유엔 특파원으로 재직하면서 바그다드에 출장온 온 베시 피직 기자도 "매우 유감"이라면서 "안 기자에게 오늘 밤은 고통스런 밤이 될 것 같아 안타깝다"고 위로했다. (바그다드=연합뉴스) 안수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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