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기술 확보·인력 인프라 구축 시급

플랜트 시장서도 中 추격 거세
발전·유전플랜트는 기본 장벽 높은 원전까지 진출
무상원조-수주 연계 등 정부 차원 지원도 절실


지난 10월 프랑스 전력공사(EDF)는 영국 정부와 원자력발전소 2기를 신규 건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건설비용만도 160억파운드, 한화로 약 27조원에 이르는 규모다. 세계 플랜트 업계는 규모도 규모지만 이번 EDF 컨소시엄 구성원의 면면에 오히려 더 주목했다. 중국 원전기업인 광동핵발전그룹(DGNPC)과 중국핵공업집단공사(CNNC)가 약 30~40%의 컨소시엄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수력이나 화력발전소ㆍ유전플랜트 등을 세계 각국에서 진행하고 있었지만 선진국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원전플랜트 분야까지 진출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정식 원자력산업회의 부장은 "원전플랜트 분야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파급력 때문에 진입장벽이 굉장히 높은 분야"라며 "중국 기업이 원전플랜트까지 진출했다는 점은 앞으로 중국 플랜트 산업이 본격적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발전소나 화학공장 등을 설계하고 짓는 이른바 플랜트 산업은 한국 기업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하는 분야 가운데 하나다. 세계 플랜트 업계에서는 지난 2011~2012년을 기점으로 한국 플랜트 산업의 경쟁력이 일본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전자산업 등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상승세와 일본의 기술력 사이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실제로 위의 사례에서 보듯 중국은 탄탄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이미 세계 최대 규모의 플랜트 시공경험(track record)을 갖췄다. 미국의 건설플랜트 전문지 ENR가 올 8월 선정한 세계 최대 건설플랜트 기업 250위 가운데 상위 1~3위는 모두 중국 기업이 차지했다. 중국 플랜트 업체들은 지난해 나이지리아에서만도 10조원가량의 신규 수주를 올렸다.

일본 역시 여전한 강자다. 플랜트산업협회 관계자는 "일본의 플랜트 기업은 LNG 액화공정에 필요한 핵심 라이선스 등 세계적으로 몇 개 국가밖에 보유하지 못한 기술력을 지니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이 진입할 수 없는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규모면에서 한국이 일본의 플랜트 업계와 비슷한 위치까지 오게 된 것은 수많은 인재를 채용하며 해외에서 활동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온 반면 일본은 화학공학 전공자들이 점점 줄어 외형성장 속도가 감소했기 때문"이라며 "최근 한국에서도 화공과가 줄어드는 등 우려할 만한 상황이 오는 만큼 플랜트 관련인력 인프라를 구축하고 지속적으로 현장관리 인력 및 핵심 기술을 확보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역할 강화도 필요하다. 중국 기업이 해외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배경에는 중국 정부가 직접 해외 수장을 만나거나 무상원조와 플랜트 수주권을 연계하는 등 정부 차원의 노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의 한 관계자는 "발전플랜트의 경우 핵심 경쟁력은 기술력이 아닌 정부의 정치력"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플랜트 시장은 보수적으로 잡더라도 약 1,000조원 이상으로 아직 한국 기업의 점유율은 채 10%가 되지 않는다"며 "발전 가능성이 큰 만큼 지금부터 기술과 인력 등을 육성해나간다면 한국의 핵심 수출품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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