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일부 유치원들이 영어ㆍ미술 등 특별활동 수업을 정규수업시간에 끼워 넣는 방법으로 학부모들에게 교육비 부담을 강요하고 있다. 특별활동은 형식상 부모들의 동의를 전제로 운영되지만 아이가 중간에 방치될 것을 염려하는 부모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응할 수밖에 없어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0일 서울 시내 유치원들에 따르면 일반 사립 유치원비는 평균 월 20만~30만원대다. 하지만 이는 정규수업을 기준으로 했을 경우다. 미술ㆍ과학놀이ㆍ수영 등의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과목당 2만~3만원의 수업료를 더 내야 한다. 영어나 음악ㆍ체육활동의 특별활동 수업료는 더 비싸 과목당 10만원을 훌쩍 넘는다. 문제는 유치원들이 이들 특별활동을 편성할 때 정규수업시간 중간에 넣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유치원들은 부모들이 동의해 특별활동을 진행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학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특별활동을 하지 않으면 그 시간에 방치될 수 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응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 강서구의 A 유치원은 정규수업시간 중간에 영어수업을 끼워 월 유치원비가 70만원에 이른다. 이는 보통 유치원의 3배 수준이다. 영어수업과 체육활동이 중간에 들어가 있는 노원구의 B 유치원도 45만원을 받는다. 영어와 예체능 등의 수업은 과목당 8만원선으로 형식상으로는 선택사항이지만 이를 '선택'으로 여기는 학부모는 거의 없다. 강남의 C 유치원 역시 정규수업시간에 골프ㆍ수학놀이 등 특별활동 수업이 포함돼 있다. 정규수업료는 34만원이지만 이들 특별활동비에 급식비ㆍ차량비 등을 포함하면 한 달 수업료는 50만원을 훌쩍 넘는다. 여기에 영어ㆍ체육ㆍ과학과 같은 방과 후 특별활동까지 하면 수업료가 과목당 약 10만~12만원씩 더 붙는다. 노원구 B 유치원에 5세 남자 아이를 보내는 한 학부모는 "가계에 부담이 되지만 정규수업시간 내에 특별활동이 편성돼 있어 수업료를 낼 수밖에 없다"며 "이는 다른 부모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남구 C 유치원을 다니는 아이를 둔 학부모는 "아이가 특별활동을 받지 않으면 혼자 방치돼 소외감을 느끼고 자신감을 잃을까 봐 수업을 듣게 된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현재 유치원은 취학 전 아동(만3~5세)의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교육과학기술부가 주무부처며 관할 관청은 각 시도 교육청이다. 하지만 유치원에서 진행되는 특별활동 수업은 '방과 후 학교'로 분리돼 관리 감독의 손길이 미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방과 후 학교는 해당 유치원의 원장과 학부모가 협의를 통해 비용과 횟수를 정하도록 돼 있지만 사실상 학부모들은 유치원이 정하는 교과과정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 한 학부모는 "유치원들이 정규 시간에 특별활동을 넣어 학원비를 더 받는 행위는 자신의 아이에게 남들만큼은 가르쳐주고 싶다는 부모의 마음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것 같아 불쾌하다"며 "정부에서 특별활동 적정관리 방안을 제시해주고 관리 감독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