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대구 달성군에 있는 대동공업 대구공장. 농기계 도장 명장으로 불리는 이교열 생산 2팀 반장은 미얀마로 수출할 트랙터에 대동공업을 상징하는 화려한 주황색을 덧입히고 있었다. 쉽게 녹슬고 흠집이 잘 생기는 거친 농업환경에서 대동공업의 농기계가 호평받는 것은 자동차 도장에서부터 수십 년간 다져온 그의 기술에 힘입은 바가 크다.
제품 품질의 절반을 좌우하는 도장 기술로 국내에선 그를 따라올 사람이 없을 정도다. 이렇게 완성된 트랙터에는 DD♡MM이라는 문구가 새겨진다. 대동공업♡미얀마, 대동공업이 지난해 12월부터 미얀마로 수출하고 있는 6,700대 제품 중 하나라는 표시다.
본격적인 농사시즌을 앞두고 이 반장을 비롯한 농기계 장인들은 제품 생산에 여념이 없었다. 20년 이상 이곳에서 근무한 직원만 241명. 전체 기능직의 70%를 차지한다. 대동공업 직원들은 "아무리 업계 1위 업체라지만 적어도 10년은 일해야 농기계에 대해 좀 안다고 얘기하고 다닐 수 있다"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다.
이들이 생산하고 있는 트랙터와 콤바인, 경운기 등 농기계는 총 6,700대 수출물량 가운데 마지막으로 출하되는 2,250대 물량이다. 김원식 대동공업 생산기술팀 차장은 "미얀마로 수출되는 농기계는 우리나라의 새마을운동처럼 미얀마 산업을 일으키는 첨병 역할을 할 것"이라며 "매년 1억달러씩 수출하는 것은 물론 현지 애프터서비스(AS) 센터 설치와 기술전수 등 모든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동공업이 농기계 내수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선전하는 이유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각고의 노력 때문이다. 30%에 불과하던 수출 비중은 현재 50%까지 껑충 뛰었다. 덕분에 지난해 경기 침체 속에서도 6,032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보다 소폭 증가한 수치다.
180개 부품으로 이뤄지는 농기계 엔진 생산만 175종. 하지만 한해 3만3,000대를 생산하는 대구공장의 목표 불량률은 0.01%에 불과하다. 박상근 대동공업 생산본부장은 "엄격한 목표치 때문에 직원들은 힘들어하지만 1개 라인에서 175개 엔진기종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어떤 제품이라도 소화할 수 있다"며 "주문이 들어온 제품마다 생산품목이 바뀔 경우 발생했던 손실을 제로로 줄였다"고 밝혔다.
공장 내부에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60대 작업 간부부터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막내 사원까지 한 라인에서 기술을 전수받는다. 게다가 기능직 직원 3~5명이 조를 이뤄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놓으며 보이지 않는 경쟁도 함께 진행된다. 박 본부장은 "셀프 마스터(조장)가 중심이 돼 제품의 생산성과 품질 향상을 위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이를 현장에서 직접 실천하는 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3년간 총 339건이 제안·반영돼 약 10억7,000만원의 금전적인 효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대동공업은 미얀마로 향하는 출하물량을 마무리 짓고 배기가스 규제 '티어(Tier)-4'에 맞춰 전자식 엔진 생산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티어-4로 농기계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이다. 경유를 사용하는 엔진이 탑재된 트랙터와 콤바인에 대한 배출 오염물질의 허용기준이 현행 티어-3보다 엄격해져 이에 대한 기술력이 앞으로 판도를 좌우한다. 곽상철 대동공업 대표는 "국내 업계에선 처음으로 티어-4에 맞춘 엔진을 개발해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