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모나리자 스마일’

20세기는 인류사 중에서도 급변의 세기로 기록될 만 하다. 큰 변화를 겪은 집단을 들자면야 우리 나라 역시 빠지지 않을 것이나 여성이라는 종족 역시 이에서 빼놓긴 힘들다. 1953년 가을. 미 캘리포니아 U.C.L.A 출신의 젊은 미술사 교수 캐서린 왓슨(줄리아 로버츠)이 동부 웰슬리 여대로 부임한다. 뉴 잉글랜드 주에 위치한 웰슬리 여대는 `여성의 하버드`라 불리는 명문 보수 사학.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이기도 한 힐러리 클린턴 상원위원도 이 여대 출신이다. 자유로운 사고 방식과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지닌 캐서린에게 당시 학교 분위기는 그 영혼을 짓누르기에 충분하다. `한 손에는 책을, 다른 한 손에는 프라이팬을` 든 겪의 이 우수한 여학생들도 결혼 만을 인생의 최종 목표로 여기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미모의 30대 여교수는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 만으로도 경계의 대상이 되고, 모든 아이디어는 아내가 아닌 남편의 머리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져야 한다고 교육된다. 영화 `모나리자 스마일`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패러다임의 전환을 겪은 미국사회의 편린을 `여성 지위의 변화`라는 시각에서 하나하나 담아간다. 여 교수 역으로 분한 줄리아 로버츠와 학생 역의 커스틴 던스트, 줄리아 스타일스, 매기 질렌홀 등의 연기 호흡도 나무랄 데 없는 수준. 영화 명 `모나리자`는 다분히 작품 속 줄리아 로버츠 자신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모나리자가 짓는 알 듯 모를 듯한 미소처럼 이 영화가 무언가 명쾌하고 독창적인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말하긴 힘들다. 영화의 시선은 다분히 무난한데, 큰 울림을 찾을 순 없지만 메시지적 가치 조차 폄하할 수준은 또 아니다. 다만 화집 속 `모나리자의 미소`처럼 감독의 화법은 교감의 차원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둔다. `네 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도나 브래스코`등을 담당한 마이크 뉴웰이 감독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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