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선언 버금, 평화체제 기여" 실무 논의 폭 넓게 이뤄져 괄목 성과 도출 남측 의제 대부분 합의…남북관계 개선에 도움 북핵문제 해결 명확한 언급없어 아쉬워
입력 2007.10.04 18:01:23수정
2007.10.04 18:01:23
[10·4 공동선언] 전문가 진단
"6·15선언 버금, 평화체제 기여"실무 논의 폭 넓게 이뤄져 괄목 성과 도출남측 의제 대부분 합의…남북관계 개선에 도움북핵문제 해결 명확한 언급없어 아쉬워
안길수
기자 coolas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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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10·4 공동선언 잘 됐다"
북한 전문가들은 2007 남북 정상회담의 ‘10ㆍ4공동선언’에 대해 ‘6ㆍ15공동선언’에 버금갈 정도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이 정치적인 회담이었다면 이번 회담은 실무적인 논의들이 폭 넓게 이뤄지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도출했다는 것. 특히 남측이 준비해 간 주요 의제들이 이번 회담에서 대부분 합의돼 남북관계를 한단계 도약시켰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그러나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명확한 언급이 빠진 점 등은 아쉬운 대목으로 꼽혔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우리 정부가 가지고 간 안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것 같다. 일단 우리가 의제로 생각했던 문제를 대부분 합의했다는 점에서 한반도 경제 번영과 평화체제의 기초를 닦았다고 평가한다.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를 조성하기로 합의한 부분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서해상의 문제는 그리 간단하게 풀릴 수 없는 문제였다. 우발적 무력충돌 및 북방한계선(NLL) 재설정 문제 등이 그것이다. 서해상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3대 경협 사업을 확대할 수 없기 때문에 진척을 이루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에 서해를 평화협력 특별지대로 선언, NLL문제와 공동어로 개발 문제 등을 함께 해결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남북경협 문제를 긴장완화와 함께 묶어 해결하는 아이디어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남북경협을 실천적으로 구체화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된다. 경의선을 통해 화물을 운송하겠다는 것도 의미 있는 합의로 본다. 남북은 교류 협력을 위해 육로를 이용하지 못하고 해로를 이용했는데 북측에서 생산한 지하자원 등을 철도로 실어 나르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2000년 정상회담이 정치 회담이었다면 이번은 실무적인 회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단순히 추상적인 합의가 아니라 1차 정상회담에서 하지 못했던 사항을 확대ㆍ이행하는 그런 실무적 회담이었다고 생각한다. 일단은 남측이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북측이 호응해왔다는 것은 매우 발전적이라고 본다. 서해 지역은 분쟁지역인데도 평화지역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함께 모색하기로 해 한반도 평화정착에 큰 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평화협력 특별지대를 논의하는 데 있어서 기존 경계선에 대한 상호 존중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NLL 재설정 문제 등은 군사적 신뢰 구축과 병행해 지속적으로 논의해나간다는 열린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또한 오는 11월 열기로 합의한 총리급 회담은 정치적인 문제를 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방장관 회담은 평화체제로 가기 위한 군사적 신뢰 구축 회복에 집중돼야겠다. 종전선언은 남북한이 당사국으로 돼 있다. 북ㆍ미 간에 해결할 것이라는 자세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물론 한반도 내에서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경의선을 통한 화물 수송은 남북간 교류협력의 구체적인 이행을 보여주는 하나의 잣대가 될 수 있다. 경의선 그 자체는 정말 매우 목마르게 기대했던 실질적인 교류이기 때문이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굉장히 많은 분야에서 기대했던 수준을 넘어 높은 단계의 상세하고 구체적인 합의가 도출된 것 같다. 참으로 잘된 합의로 생각된다. 특히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를 설치하고 경제특구 건설과 해주항 활용을 적극 추진하기로 한 부분은 상당히 의미 있고 전향적인 합의다. 이는 경제와 평화를 연계한 것으로 향후 남북간 군사긴장을 완화하는 데 상당히 의미 있는 조치가 될 것이다. 남과 북의 정상들이 수시로 만나 현안 문제를 협의하기로 했는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명시적으로 합의문에 들어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 위원장의 답방이 명시됐다면 남북 정상회담이 제도화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한반도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남과 북이 공동 노력하기로 한 조항에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표현이 들어갔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남과 북이 서로 윈윈 하는 합의문을 만들어낸 것으로 평가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 실장=이번 회담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주춧돌을 놓은 것으로 평가된다. 평화와 경제협력을 맞교환해 공동번영의 시대를 열었다고 본다. 통일 문제와 관련해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해 실질적인 결과를 도출했다. 양 정상 간에 합의한 선언문의 이름은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인데 ‘통일’이라는 단어가 제외된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 통일 대신에 평화와 번영을 위한 선언으로 규정해 이념적 갈등의 소지를 줄인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총리급 회담을 개최해 정부간 대화를 활성화한 것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차관급 회담인 경제협력추진위원회를 부총리급으로 격상했는데 경협에 대한 북측의 관심을 엿볼 수 있다. 이는 남북 간의 윈윈 전략으로 합의를 도출한 것이다. 특히 이번에는 남북 간에 가지고 있는 거의 모든 관심사항이 반영됐다는 점에서 6ㆍ15공동선언에 버금가는 선언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를 이행하기 위해 남남대화가 중요하고 절실하다. 합의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남측은 국가보안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이는 쉽지 않은 문제가 될 것이다. 이번 합의내용들을 가지고 한나라당 등 야당과 깊이 있게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납북자 국군포로 문제가 선언문에 명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로 인해 더 많은 특수이산가족(납국자ㆍ국군포로 등)들이 서로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이번 선언을 통해 남북은 한반도 지역에서 관련국들과 만나 종전을 선언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남과 북이 평화에 대해 공동 인식을 해 미국ㆍ중국 등의 대표들과 만나 한국전쟁을 종식시키는 문제에 협력하기로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본다. 다만 이것은 당장 하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이 문제를 서두를 수는 없을 것이다. 9월7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비핵화가 이뤄져야 평화체제가 구축된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이 합의한 종전선언이 평화협정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이는 논의하는 수준을 말하는 것으로 본다. 올해 안에 북한이 핵 불능화 조치를 취하게 돼 있다. 그 시점부터 평화체제 논의가 시작되지 않을까 싶다. 그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7년 만에 국방장관 회담이 열린다. 군사문제는 안보와 직결돼 양 정상 간에 쉽게 나누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실무적이고 기술적인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추후 협의를 통해 군 내부 반발 등 충격을 완화하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남북 양 정상이 수시로 만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다만 김 위원장은 이미 2000년 1차 정상회담에서 답방을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이번에 수시로 만난다고 언급함으로써 답방 약속을 무효화하려는 숨은 의도도 읽힌다. 종전선언과 관련해서는 북핵 해결 전에 미국이 종전선언을 위한 정상회담에 나올지 의문이다. 경의선은 연결된 부분을 이용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개성과 문산까지만 화물을 한다고 한다. 화물열차 개통은 어느 정도 성과를 올린 것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그 동안 남측이 도로ㆍ철도 개통을 위해 쏟아부은 노력에 비해서는 큰 수확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본다.
◇김태효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국방장관 회담에서는 보다 실질적인 레벨에서 남북간 신뢰 회복을 위한 협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핵무기가 의제로 올라야겠으나 그것은 6자회담에서 하기 때문에 얼마나 실효가 있을지 의문이다. 핵 무기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사일 문제 등 재래식 무기에 있어서 군대의 배치를 덜 위협적으로 조정하는 방안 등을 협의할 수 있다. 남측에서는 이미 군 복무 단축이 실시되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상응하는 북측의 군병력 감축을 남측이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경의선 화물 수송에 합의한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강하다. 북한 측의 철도 인프라가 노후됐기 때문에 단순히 연결해 신속하게 물량을 이용할 수 없다. 또한 충분한 화물을 실어 나를 수 있도록 경협이 활성화되려면 북한이 노동이나 기술 등을 개방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김 위원장이 개방 문제에서는 회의적이고 조심스러워 한다. 경협의 실질적인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철도만 연결해 놓는다고 경협이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
입력시간 : 2007/10/04 1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