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물류가 사실상 마비됐다. 수출입도 모두 멈출 위기에 처했다. 국가경제가 빈사지경에 이른 것이다. 인체에 피가 흐르지 않으면 죽음이 찾아 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걸핏하면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르고 파업으로 치닫는 풍토에서 앞으로도 이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 틀림없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정부와 노사는 물론 정치권과 국민들도 진지하게 생각하고 새로운 노사문화를 창조해야 한다.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는 구호에서도 드러나 있듯이 `강성노조`는 이제 한국의 브랜드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과거엔 영국노조가 강성투쟁으로 유명해 `영국병`으로까지 일컬어졌으나 이젠 우리노조가 이를 무색케 하고 있다. 대화는 뒷전이고 행동이 앞선다. 그것도 막무가내식이다.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 세일즈 외교를 열심히 한들 성과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국내기업조차 외국으로 나가고 싶어하는 상황에서 외국기업이 한국에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리 없다. 노조의 요구는 경영참여 등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점차 확대되고있다. 새 정부의 친 노조성향의 정책이 이를 부추긴 셈이다. 노조는 변하지 않고 강성으로 치닫는데 재벌개혁을 통해 건전한 노사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다짐해왔다. 그러다가 물류가 막히자 원칙과 소신 대책도 없이 허둥거리고 있다.
이러한 노사문화 아래에선 동북아 물류중심국가는커녕 국가경제의 앞날도 점칠 수 없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도 헛구호로 끝날 공산이 크다. 한쪽을 굴복시키고 승리만을 쟁취하려는 그릇된 풍토에선 건전한 노사문화가 자리잡을 수 없다. 상호신뢰 없이 죽기 살기식 대결과 행동만 앞세우는 노사문화는 결국 나라도 기업도, 나아가서 노조까지도 멍들게 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 대립 보다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생산적 노사문화를 창조해야 한다. 기업은 투명경영과 정보공개로 노조의 믿음을 얻고 노조도 국가경제와 기업사정에 배려할 줄 아는 유연성을 지녀야 한다. 일본 노동계가 새해 들어 앞 다퉈 임금인상 요구를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희생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정부도 이번 기회에 위기관리능력을 제고하고 확실한 원칙을 세운 후 노조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 무조건 친 노조성향의 정책을 실시한다고 건전한 노사문화가 정착되는 것이 아니다. 노조의 기대감만 키울 뿐이다. 재벌개혁도 채찍질 해야지만 확실한 원칙을 세우고 노조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정부의 모습을 보면 6월 춘투를 어떻게 넘길지 걱정이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가 어렵다.
<대구=김태일기자 ti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