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자동차보험 등 거의 모든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4단계 방카슈랑스’ 연기 문제를 놓고 은행과 보험회사들이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내년 4월로 예정된 ‘4단계 방카슈랑스’를 연기하기 위해 사전 정지작업에 들어갔다.
4단계 방카슈랑스란 은행에서 자동차보험, 종신보험, 치명적 질병(CI) 보험 등 사실상 거의 모든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지난 2003년 8월 저축성 보험을 시작으로 방카슈랑스가 확대, 시행되고 있으나 4단계 방카슈랑스 도입 시점은 2005년에서 오는 2008년으로 3년간 연기됐다. 보험사들은 보험상품의 전문성 때문에 은행에서 다양한 보험상품을 판매할 경우 많은 고객 불만 및 피해가 빚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손해보험업계는 최근 4단계 방카슈랑스 시행을 연기하거나 백지화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후 이를 금융감독원에 전달했다. 손보업계의 한 관계자는 “4단계 방카슈랑스가 시행될 경우 피해가 너무나 크기 때문에 모든 손보사들이 연기에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생명보험업계도 방카슈랑스 연기를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가동할 예정이다. 생보업계는 ‘연기론’에 합의한 후 정기국회 개회 전에 연기를 관철시킨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은행들은 내년 4월부터 ‘점포당 2명의 판매인’ 제한이 풀리는 것을 앞두고 거의 모든 영업 직원들에 대한 방카슈랑스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4단계 방카슈랑스는 당연히 예정대로 시행될 것으로 보고 영업인력 교육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이미 한 차례 연기한 4단계 방카슈랑스를 또다시 연기하는 것은 보험사들의 잇속 챙기기에 불과하다”며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방카슈랑스는 소비자들의 편의를 위해 도입한 제도”라며 “금융권역간의 장벽을 허물고 소비자의 이익증대를 위해 자본시장통합법의 제정도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연기를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