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댈 언덕 없는 한국증시] 코스피 상반기가 최대 고비

美 금리인상·엔저 등 대외 변수 줄줄이
1,750~2,300선서 등락 예상… 배당확대·경기회복 등 기대
하반기 상승흐름 보일수도


내년에도 한국 증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녹록하지 않다.

4월 이후 미국의 금리인상 움직임이 본격화하면 국내 증시를 비롯한 신흥국 시장에서 자금이 이탈될 가능성이 높다. 장기화하고 있는 엔화 약세 국면도 수출 기업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시장 전문가들이 올해 국내 증시를 짓눌렀던 악재들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가 한국 증시의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올해 떨어질 만큼 떨어졌기 때문에 저평가돼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로 꼽는다. 신흥국들 중 경제 기초체력이 상대적으로 좋은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많이 빠졌기 때문에 저평가 매력이 부각된다면 그만큼 크게 오를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다는 얘기다.

특히 삼성전자(005930)와 현대차(005380) 등 대기업들이 정부의 배당확대 정책에 동참하면서 주주친화 분위기가 고조된 점은 희망을 갖게 한다. 한승호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국내 증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만만치 않지만 하반기에는 글로벌 경기가 완만한 반등 국면에 접어들면서 코스피도 상승하는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며 "특히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 민감 섹터에 대한 매력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투자 업계의 시각은 어떨까. 내년 코스피지수 전망을 내놓은 국내외 주요 증권사 8곳의 추정치를 취합한 결과 내년 코스피지수는 1,750~2,300포인트로 예상됐다. 지난 19일 종가 기준 아래로는 최대 9.32%, 위로는 최대 19.17%까지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내년 2·4분기에는 1·4분기의 실적 부담과 미국 출구전략 인접 우려로 코스피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하반기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경기가 회복되면서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돼 점진적으로 주가도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해외에서 발생할 가장 큰 변수는 역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신흥국 자금이탈 우려를 촉발해 국내 증시수급에 부담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금리인상은 미국의 경기회복을 전제로 시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한 센터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6월께 기준금리를 인상한다고 가정하면 내년 상반기에는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불거질 것"이라며 "다만 상반기에 진행될 달러화 강세가 시간을 두고 유럽 경기안정에 기여하고 중국의 경기회복에도 도움을 주면서 하반기에는 한국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배당·자사주 매입 등 주주친화 정책 활성화,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투자한도 확대, 삼성그룹 등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편 등도 새해 증시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최근 연말 배당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국 증시의 디스카운트 요인이었던 국내 대표 기업들의 인색한 배당 정책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 안정적 이익성장과 높은 배당성향을 보유한 기업의 주가에 대해 재평가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삼성그룹을 중심으로 한 기업 지배구조 개편은 내년 코스피의 명운을 가를 핵심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12월 제일모직의 상장을 기점으로 내년 상반기에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변화의 방향성이 가시화될 것"이라며 "동시에 주주친화 정책이 수면 위로 부상하면 증시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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