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잘 모른다. 감동의 출발은 그의 발끝이다.
터키 이외의 다른 유럽리그 진출을 노리는 `테크니션` 이을용(28ㆍ트라브존스포르)이 월드컵 이후 처음 출전한 대표팀 경기에서 고감도 왼발 어시스트를 또 한번 뽐냈다.
31일 한ㆍ일전 안정환의 결승골을 이을용이 자로 잰듯한 왼쪽 센터링으로 어시스트하는 순간 축구팬들의 뇌리에 스치는 장면이 있었다.
바로 지난 월드컵 한국의 첫 경기 폴란드전에서 황선홍이 터트린 선제골. 월드컵 4강의 시발점이 된 이골 역시 낮게 깔아 찬 이을용의 칼날 센터링에서 비롯됐다. 하나 더 있다.
미국과의 월드컵 2번째 경기. 0_1로 뒤진 상황. 여기서도 이날 도쿄대첩의 승리 공식 그대로였다. 이을용이 왼쪽 센터링을 안정환이 마무리, 동점을 이끌어냈다.
이을용은 대표팀의 숨은 진주다. 좀처럼 잘 드러나지 않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그가 있다. 지난 월드컵에서 1골 2어시스트로 팀 내 공격포인트 1위.
이번 한ㆍ일전에서도 90분 동안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며 유상철과 함께 공수연결의 핵 역할을 하더니 결국 도움까지 만들어 냈다.
이을용은 이번 한ㆍ일전을 앞두고 투지에 불탔다. 월드컵에서 활약 이후 터키에 진출했지만 태극마크를 달 기회가 없었기 때문. “업그레이드된 플레이를 빨리 보여 주겠다”며 조바심을 내더니 결국 약속을 지켰다.
<박천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