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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프로골프투어(JGTO)의 권위 있는 대회인 던롭피닉스토너먼트는 지난 18일 끝났지만 대회장으로 쓰였던 미야자키현의 피닉스CC는 이틀이 지난 20일까지도 분주했다. 각종 구조물들을 철거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갤러리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많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마키(marquee)'라고 부르는 대형 천막은 국내 대회에서는 거의 볼 수 없었던 대표적인 시설이다. 특히 18번홀 세컨드 샷 지점 페어웨이 바로 옆에 위치한 마키에는 후원사 임원과 주요 초청객들만 들어갈 수 있는데 이곳에서 간단한 식사를 하며 TV 중계를 볼 수 있다. 이 대회의 VIP 마케팅 툴이라 할 수 있다. 근사한 테라스도 마련돼 있어 선수들의 명품 샷을 바로 눈앞에서 감상할 수 있다.
이 같은 시설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은 성숙한 갤러리문화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 마지막 날에는 8,000명이 넘는 갤러리가 몰렸지만 코스는 물론 대회장 어느 곳에서도 휴대폰 카메라 셔터 소음은 들리지 않았다. 선수들의 플레이를 좀 더 가까이에서 보려다 갤러리들끼리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앞줄을 차지하지 못한 일부 갤러리들은 직접 준비해온 2단짜리 사다리에 올라가 시야를 확보했다.
올해로 39회째인 던롭대회는 갤러리플라자도 지나칠 수 없는 명소다. 던롭스포츠 용품을 염가로 판매하는 이곳에는 타이거 우즈, 어니 엘스, 세베 바예스테로스 등 역대 우승자들의 사진ㆍ사인ㆍ핸드프린팅은 물론 당시 적었던 스코어카드까지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초청선수의 면면이 화려한 대회는 국내에도 여럿 있지만 그들의 발자취를 정성껏 보관하고 전시함으로써 스스로 권위를 높이는 대회는 찾아보기 어렵다.
갤러리 통행로에 쳐놓았던 띠 로프를 재활용해 가방으로 제작하는 것도 던롭대회만의 아이디어. 이 가방은 '던롭 피닉스 에코백'이라는 이름으로 갤러리플라자에서 1,000~4,000엔에 판매되는데 수익금 전액은 자선사업에 쓰인다. 대회 기간에는 주변 호텔들도 새로 단장한다. 포스터 등 홍보물 부착은 기본이고 로비에 순위표를 설치하는 한편 실시간 스코어를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까지 가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