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 존 허(22)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첫 승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존 허는 27일(한국시간) 멕시코 리비에라 마야의 엘 카멜레온GC(파71)에서 끝난 마야코바 클래식에서 믿기지 않는 7타 차 열세를 극복한 데 이어 8번째 연장전까지 가는 대접전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6개와 이글 1개로 8타를 줄인 그는 최종합계 13언더파 271타를 기록, 극적으로 로버트 앨런비(41ㆍ호주)와 동률을 이룬 뒤 연장 혈투에서 승리했다.
존 허는 3라운드까지 선두에 7타나 뒤진 공동 13위에 머물러 사실상 우승 경쟁에서 멀어졌다. 최종 4라운드에서 맹타를 휘둘렀지만 경기를 마쳤을 때 단독 선두 앨런비가 2타 차로 앞서 있어 상위 입상으로 만족해야 하는 듯했다.
그러나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정규 라운드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보기만 기록해도 우승에 바짝 다가설 수 있었던 앨런비가 샷 실수를 범하며 더블보기를 범한 것. 먼저 경기를 마친 존 허는 앨런비와 13언더파 공동 선두가 됐다. 이어 이때까지 12언더파를 마크해 우승권에 있었던 크리스 스트라우드(미국)도 18번홀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하고 오히려 2타를 잃으면서 존 허와 앨런비가 연장전에 돌입하게 됐다.
연장 승부는 그야말로 혈투였다. 18번과 10번홀(파3)을 오가며 열린 연장전은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첫번째 연장전에서 존 허는 드라이버 샷을 페어웨이 오른쪽 맨땅 지역에 보내면서 위기를 맞았지만 파 세이브 해냈다. 7번째 연장전에서는 1m가량의 버디 퍼트를 넣지 못해 기회를 날리기도 했다. 두 선수의 파 행진으로 팽팽하게 균형을 이루던 승부의 추는 8번째 연장전인 10번홀에서야 기울어졌다. PGA 투어 통산 4승의 베테랑 앨런비가 티샷을 그린 오른쪽 해저드(1벌타)로 보내 보기를 범한 사이 존 허는 파를 지켜내 마침내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8홀 연장은 PGA 투어 사상 서든데스 방식으로는 두 번째로 긴 기록이다. 지난 1949년 모터시티 오픈에서 11홀 연장이 최장으로 남아 있고 8홀 연장은 1983년 이후 29년 만이자 통산 5번째로 연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