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채권금융기관들이 건설 및 조선 업체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함에 따라 40여개 건설 회사와 중소 조선 회사들이 퇴출 또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경기침체가 가속화할 경우 자동차ㆍ반도체ㆍ석유화학 업종에서도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ㆍ회계법인ㆍ신용평가회사 관계자들로 구성된 건설ㆍ조선 업종 신용위험평가 작업반(TF)이 이달 말까지 통일된 평가기준을 만들면 은행권은 이를 바탕으로 내년 2월까지 거래업체에 대한 신용등급 평가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평가대상은 금융회사의 여신공여 규모가 500억원 이상인 건설 회사 200여곳과 해외수주 실적이 있는 중소 조선 업체 26곳 등이다. 주채권은행은 신용위험평가를 통해 대상 기업을 ▦정상(A) ▦일시적 유동성 부족(B) ▦부실징후(C) ▦부실(D) 등 4등급으로 나눈 후 A~C등급 기업에는 신규 자금을 지원한다. C등급은 신규 자금을 지원 받더라도 워크아웃에 들어가고 D등급은 퇴출 절차를 밟게 된다. 현금흐름과 부채비율ㆍ영업이익ㆍ성장성 등을 고려할 때 구조조정 대상인 C와 D등급으로 분류될 수 있는 건설 회사와 조선 회사는 모두 40여개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D등급은 15개 안팎, C등급은 25개 내외로 추산된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은 “건설업의 경우 여신규모 500억원 이상을 기준으로 하면 대상 업체가 200여곳에 이른다”며 “이 가운데 5%인 10여개사 정도를 정리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 회사들도 평가기준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3~5곳 정도가 퇴출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건설ㆍ조선업에 이어 자동차ㆍ반도체ㆍ석유화학 등도 경기침체가 심화될 경우 구조조정 바람에 휘말릴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이들 업종은 아직 구조조정을 추진할 단계가 아니라고 보지만 경기가 계속 위축될 경우 이들도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는 것으로 지적된다. 완성차 업체들이 조업을 단축하자 관련 부품 업체들도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쌍용차의 경우 노조가 구조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모회사인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철수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반도체 업계는 세계적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로 3개월 사이 반도체 값이 40% 폭락할 정도로 경영난을 겪고 있고 석유화학 업종도 심각한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문제가 될 만한 업종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며 “신용평가 잣대를 엄격히 들이대면 퇴출 기업이 생각보다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