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험대 오른 아베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가 오는 26일 일본 총리 자리에 오르기도 전에 시험대에 올랐다.

‘뜨거운 감자’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 여부를 둘러싸고 재계와 농민단체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데다 아베의 극우 정책이 한국과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 일본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재계가 자제를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TPP와 관련한 포문은 일본 최대 농업단체인 중앙농업협동조합(CUAC)이 열었다. CUAC는 자민당이 압승이 확정된 17일 성명을 내고 “자민당과 연립정부 파트너인 공명당이 TPP 교섭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CUAC가 새 여당의 탄생과 동시에 선수를 친 것으로 내년 7월 참위원(상원) 선거까지 압박 수위를 높일 것”이라고 18일 전했다.

반면 재계는 TPP에 압도적인 찬성 의사를 밝혔다. 선거 종료 후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37명의 기업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5.9%가 “신속하게 협상에 참가하라”고 주장했다. 국가적으로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 결정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14.6%에 불과했다.

선거 유세 과정에서 “모든 관세철폐를 전제로 하는 한 TPP 교섭 참여는 반대한다”면서도 “국익을 지킬 수 있다면 교섭한다”는 애매한 입장을 취한 아베로서는 농민과 재계 사이에 끼어 진퇴양난의 처지에 빠진 셈이다.

더구나 남은 시간도 많지 않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TPP 참가 대상국 선정 작업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면서 “서둘러 참가여부를 결정하지 않을 경우 관세율ㆍ항목 등 핵심 사안에서 일본이 배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TPP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은 일본의 TPP 참가 여부가 미ㆍ일 동맹과 연결된다면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아베의 극우 정책에 대한 재계의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이미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분쟁의 여파로 중국 판매 급감 등의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는 마당에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설문에 따르면 기업 경영자의 35%가 “자민당이 한국과 중국을 자극하는 도발을 재고해야 한다”고 답했다. 25.5%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실효 지배해야한다”면서도 “중국을 지나치게 적대하면 지난 9월과 같이 중국 내 대규모 반일 시위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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