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家, 사외벤처 통해 경영권 암투중(?)
박용오측 "3, 4세 형제들 알짜 기업 M&A시도, 배후엔 박용만" 주장
두산가(家) 3, 4세 형제들이 사외 벤처기업을 이용해 경영권 암투를 벌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6일 박용오 전 회장측은 그동안 거의 언론에 노출된 적이 없는 두산가 3세 형제의 막내인 박용욱씨가 자신이 설립한 포장재 전문 벤처기업 ㈜이생을 통해 두산그룹 알짜 계열사인 삼화왕관의 인수.합병(M&A)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회장의 측근은 "㈜이생이 삼화왕관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하려 한다는 정황이 포착됐으며 그 배후에는 용욱씨의 바로 위 친형인 박용만 부회장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측근은 병뚜껑 제조업체인 삼화왕관이 두산산업개발의 지분 5.16%를 갖고 있는 점 등을 잘 알고 있는 박 부회장이 친동생인 용욱씨와 공모해 삼화왕관을 M&A 하려고 했던 정황이 포착됐다고 설명했다.
박 부회장은 두산가 3세 형제중 유일하게 삼화왕관의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어 삼화왕관의 내부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이 측근은 덧붙였다.
앞서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은 박용오 전 회장의 장남인 경원씨가 자신이 설립한IT 벤처기업인 ㈜전신전자를 통해 두산산업개발을 적대적 M&A 하려 했었다고 폭로한 바 있다.
박 회장은 경원씨가 지인들과 함께 두산산업개발을 M&A 하려다 이같은 사실이 가족회의에 포착되자 박 전 회장이 나서 두산산업개발을 계열분리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가족회의에서 거부당했다고 당시 정황을 설명했었다.
재계 전문가들은 형제가 많아 경영권 분쟁 소지가 다분한 두산가가 적절한 분가(分家) 타이밍을 놓치면서 무리하게 '공동소유.공동경영'의 원칙을 고집하다 보니 3,4세 형제들이 저마다 사외벤처 등을 통해 알짜 계열사를 차지하려는 경영권 암투가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형제가 유난히 많은 두산가는 삼성이나 현대처럼 적절한 타이밍에 분가를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면서 "현재 3세 형제간 진행되고 있는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더라도 이같은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두산그룹 관계자는 "박 부회장이 동생인 용욱씨와 공모해 삼화왕관에 대한 M&A를 시도했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라며 "개연성이 희박한 악의적 음해일 가능성이 높다"고 반박했다.
(서울=연합뉴스) 정 열 기자
입력시간 : 2005/08/16 06: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