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언 “박 대통령, 통 크게 ‘비핵남북공동번영과 평화통일을 위한 특별선언’하고 실천에 나서야”

박철언 전 장관

전두환·노태우 정권 42차례 남북비밀회담 대표, 중국·소련 등 39개국 수교 북방정책 경험 살려 박 대통령에 조언

“북한은 체제 안전보장 안 되면 결코 핵 포기 안해, 5·24조치 즉각 해제하고 어떤 경우에도 인도적 지원 지속, 대북 비방전단 금지, 북한과 서방간 외교 수립과 경제지원 도와줘야”

“자꾸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한반도 통일을 주도적으로 관리해야 할 맏형같은 대승적인 자세로 대북정책을 해야. 핵과 미사일 실마리 풀 수 있어”

“국가안보와 국민안위 위해 중국과 미국 눈치 보고 할 얘기 못해서는 안 돼, 박 대통령이 오바마 시진핑과 북한 비핵화 위해 담판해야”

6공의 황태자로 불렸던 박철언 전 장관(정무, 체육청소년부)은 5·6공에서 남북 비밀회담 대표를 42차례 하고 노태우 정부 당시 중국·소련 등 39곳의 사회주의 국가와의 수교 주역이다. 지난 2000년 김대중 정부에서 최초의 남북 정상회담을 한 이후 노무현 정부까지 남북 간 각 분야에서 교류협력이 활발했던 때는 많은 이들이 기억하지만, 1991년 노태우 정부에서 남북 화해·공존·통일을 위한 남북기본합의서(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가 기본 토대가 된 것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박 전 장관은 진솔한 경험담을 바탕으로 남북이 비핵·공동번영과 평화통일로 나갈 수 있도록 박 대통령에게 과감한 선제 대응을 주문했다. 다음은 박 전 장관과 일문일답.

-이명박 정부 이후 꽉 막힌 남북관계를 풀기 위한 해법은.

△박 대통령이 지금식으로는 해서는 안되고 통 큰 철학적 결단을 해야 한다. ‘비핵·공동번영과 평화통일을 위한 특별선언’을 하고 선제로 남북관계를 풀어가야 한다. 대통령이 2년간 한 얘기는 원론적, 추상적, 강학적이고 교수 같다. 구체적으로 실천 가능한,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는 안을 내놔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어야 한다. 나진·하산 4개국 공동개발, DMZ(비무장지대) 평화공원 조성, 남북 이산가족 상봉 등 다 중요하지만 튼튼한 안보 기반에서 북핵을 풀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상회담이고 뭐고 모든 게 북한은 적당하게 실리만 취하고 교류협력 활성화하는 모습만 보인다. 북핵 실마리 못 풀면 우리는 안보위기 속에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평화통일의 길로 나서겠는가.

△1985년부터 1991년까지 남북 비밀회담의 남측 수석대표로서 여러 실증적 경험을 했다. 공안부 검사도 해서 북한과 사회주의의 실정을 잘 안다. 북한에 새로운 활로를 열어줘야 한다. 핵은 세습체제의 근간이자 대미·대남 전략의 핵심이다. 체제가 안전 보장이 되지 않는다면 결단코 포기 안 한다. 북한은 인도·파키스탄 선례를 생각한다. 1998년 인도·파키스탄에서 몇 차례 핵실험 했을 때 미국이 단교까지 한다고 결사반대했지만 이 사람들이 4~5년 버티니까 결국 미국이 핵 보유는 사실상 인정해주되 해외반출은 하지 말라는 선에서 후퇴하지 않았나.

-북한에 활로를 열어준다는 뜻은.

△김정은 체제를 인정해서 내정간섭 안 하고, 미국·일본 등 서방국가와 북한이 외교관계 수립하도록 적극 지원해 북이 체제 안정감을 느끼도록 해주고, 서방의 대폭 경제 지원이라는 세 가지를 약속하며 박 대통령이 비핵·남북공동번영과 평화통일을 위한 특별선언을 해야 한다. 북한이 진짜 믿어도 되겠구나, 흡수통일을 하려는 게 아니구나 믿음이 가게 해야 한다. 그런데 북한이 국제규범에 맞춰 행동해야 한반도 프로세스가 진행된다는 것도 너무 강학적이다. 드레스덴 구상을 얘기했는데 동독이 서독에 흡수된 독일통일 모델을 연상시키면서 잘 지내자고 하는 것은 모순이다. 동북아평화구상이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두만강 공동특구 등도 북한이 체제 안정감을 얻고 핵·미사일을 포기하는 전제에서 움직여야 한다. 근본적으로 북한에 새 활로 열어주면서 중국이 북한에 압박을 가하게 해야 한다.

-비핵·공동번영을 위해서는 선제 노력과 함께 중국·미국의 역할이 중요한데.

△동일 통일되고 소련 붕괴하고 미국 1국패권주의 국제질서가 20년 넘게 지속하다가 중국이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 채권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고 태평양 진출을 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동북아에 있어서 일본 한국 외에 대만 호주 필리핀 인도를 연결한 C자형으로 중국 포위 전략, 이른바 MD(Missile Defence)체제를 구축하려 한다. 그렇지만 경제력이 모자라니까 일본에 집단자위권을 인정해주며 사실상 아시아의 종주국으로 뒷받침해주면서 중국을 견제하려 한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이 골치 아픈 존재이지만 전략적 자산으로 잡고 있어야 한다. 지금 북한 핵을 포기하게 할 수 있는 실질적 영향력을 가진 나라는 중국뿐이다. 북한은 무역의 89%, 식량 부족분의 20%, 유류의 90%를 중국에 의존한다. 중국이 마음만 먹고 꽉 조이면 북한이 배겨날 재간 없다.

미국은 일본을 주축으로 한 C자형 중국 저지전략을 완화하고 중국의 아시아 리더십 체제를 인정해줘야 한다. MD 체제를 좀 풀어줘야 한다. 박 대통령이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담판해야 하는 게 북한이 2005년 핵 보유 선언, 2006년 1차, 2009년 2차, 2013년 3차 핵실험을 하고 결국 ICBM 1만킬로미터 미사일을 사실상 확보하지 않았나. 미국 핵잠수함이 (한반도에서) 연간 5~6일간 훈련한다고 해서 안심하고 살 수 없다. 북핵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미국 전술핵을 담은 잠수함을 동해에 상시배치하고 한국과 공동운영하지 않으면 핵 개발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오바마와 담판 지어야 한다. 중국에 대한 저지도 좀 풀어야 한다고 얘기해야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한테는 북핵과 미사일 포기하게 안 하면 미국 전술핵을 재배치하거나 자체 핵 개발을 할 수밖에 없다고 담판해야 한다. 국가안보와 국민안위 위해 중국이나 미국 눈치 보고 할 얘기 못 해서는 안된다.

-국내외적으로 북한 인권에 대한 문제제기와 비판이 커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대북 전단살포 등 논란도 큰데.

△북한 인권에 대해 국제여론이나 시민단체에서 압박 가하는 것은 좋은 일이나 정부 차원에서는 1991년 12월의 남북기본합의서에 공존해서 평화통일 나가자, 내정간섭 않고 체제 인정하자는 전제에서 해야 한다. 대통령이나 통일안보당국자들이 북 인권 문제를 계속 제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모순이다. 1988년 ‘7·7선언’ 통해 신뢰구축, 경협 활성화를 통해 공동체 의식이 이뤄지면 국가연합단계에서 한 나라이지만 두 체제를 유지해 상하 양원을 구성하고 평화헌법 등을 통해 상당기간 지내다가 평화통일로 가자고 선언했다. 그것이 대북정책과 북방정책의 뿌리인데 노태우 정부 2년차인 1989년에는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만들었다.

지금 ‘통일 준비위’를 하며 통일 이후 여러 (체제) 얘기를 하면 진행이 안된다. 통일 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상정은 국가연합 단계를 거치면서 역사의 도도한 흐름으로 맡겨두면 된다. 지금 자꾸 얘기하면 북한이 흡수하려 한다고 해서 본격적으로 협력하거나 핵·미사일을 포기하려 하겠나.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나 7·7선언을 실천해야 한다. 북한체제를 정면 비방하는 대북전단 뿌리는 것은 안된다. 북한 영공 넘어서 체제 부정, 비판, 붕괴시키려고 라디오나 햇반, 달러를 보내고 최근에는 김정은 암살영화 ‘인터뷰’까지 보내려 한다. 우리는 서해 NLL(북방한계선) 넘어오는 북한 배 있으면 총격 가해 후퇴시키지 않는가.

물론 국가안보는 완벽하게 해야 한다. 군비증강, 군 기강 쇄신, 북한 도발 시 즉각 강력한 응징을 해야 한다. 하지만 대북정책 유연하게 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북한 체제나 인권 건드리고 자극해 붕괴시키려는 듯이 이해될 수 있는 말과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북한에 대해 생필품이나 유아 등에 대한 여러 인도적 지원은 계속 해야 한다.

-미국·일본과의 담판이나 특별선언은 어떻게 하는 게 좋나. 비핵·공동번영과 평화통일 타임 스케쥴을 잡는다면.

△미국·일본과 조용하고 치열하게 담판하고 특별선언은 완곡하게 해야 한다. 북한에 세 가지 활로 열어주는 것은 곧바로 추진해야 한다. (2010년 시작된 대북 교류를 금지하는) 5·24조치는 즉각 해제하고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협의도 선제적으로 과감히 해야 한다. 안보는 완벽하게 하되 대북정책은 유연해야 한다. 북이 핵을 포기하는 약속을 (끌어내) 하나씩 실천하도록 해야 한다. 천안함·연평도 사건이 5년 되가는데 (북이) 시인하고 관계자 처벌하고 재발방지 약속하면 5·24조치 해제 대화를 시작한다고 하면 대화 자체가 안된다.

1968년 1·21사태 당시 31명(무장공비가)이 청와대 습격해 박정희 대통령 시해하려 했으나 이후락(중앙정보부장)하고 김일성(주석)이 만나고 7·4공동성명도 만들어냈다. 1983년 아웅산 폭탄테러가 났지만 긴장 고조로 안보·군사비 부담이 늘고 외국투자는 줄고 민족역량 낭비가 엄청나니까 선제로 북한 수해물자 지원제의도 수용하고 남북비밀회담도 했다. 북에서 한시해 대표가 나왔는데 대화를 진행하고 신뢰가 많이 조성되면서 1985년에 김 주석이 NPT(핵확산 금지조약)에 서명했다.

6공에서는 (대선 전날) KAL기 폭파사건이 있었지만 남북대화가 깊숙하게 잘 진행되서 1988년 7·7선언을 했고 1991년 12월 남북기본합의서, 1992년 2월 남북 비핵화 공동선언을 했다. 1991년 남북체육 회담해서 남북 청소년축구팀 세계 8강, 탁구 현정화·이분희 조 세계우승 등도 하고 신뢰가 쌓였다. 자꾸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한반도 통일을 주도적으로 관리해야 할 맏형 같은 대승적인 자세로 대북정책을 해야 한다. 하루속히 실마리를 풀어야 할 게 핵과 미사일이다. 북한에 새 활로를 열어주면서 체제위기감을 느끼지 않게 교류 활성화해서 신뢰가 쌓이면 남북 정상회담도 하고 국가연합 단계도 합의해서 국가연합 단계에서 1국가 2체제를 하다가 평화적으로 단일국가로 가야 한다.

노태우 정부에서 헝가리 중국 소련 체코 베트남 폴란드 등 39개국과 전방위 세계 외교시대를 열어 지금은 경제·외교적으로 북한을 압도하고 있다. 문제는 YS(김영삼 대통령) 들어서 갈팡질팡하고 1993년 북한이 NPT를 탈퇴했다. DJ(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정부 때 정상회담도 하고 가시적 성과는 많이 냈지만 상당히 일방적인 퍼주기 논란이 있었다. 이명박 정부는 ‘비핵개방 3000’이라는 어정쩡한 대북강경책을 5년 내내 했다. 보수결집용 대선후보용 구호였다고나 할까. 북한은 개방하라 하면 제일 싫어한다. 박근혜 정부도 마찬가지다. 특별선언 하면 북한이 처음에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 하나하나 실천하면 큰 물꼬를 틀 수 있다. 지금 정상회담이나 고위급회담해 봤자 가시적으로야 교류 활성화된것 같지만 북한의 핵·미사일·화생방 등 중무장화는 계속돼 안보위험은 가중된다. 국내적으로 국법을 어긴 종북좌파는 철저히 다스리되 정부나 대통령 차원에서 (북한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 공존하자는 게 아니라 흡수나 붕괴로 오인당한다.

공직에서 사퇴한지 14년 되고 정치재개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는 야인으로서 남북문제를 다룬 경험을 살려 충정을 담아 나라와 민족이 잘 되도록 고언을 하니 박 대통령이 경청했으면 좋겠다. 이래야 핵 문제를 풀 수 있고 공동번영하고 평화통일을 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