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무선인터넷 강국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정작 국내 항공사의 비행기에서는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가 그림의 떡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선은 와이파이 서비스 제공업체 등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았고 국제선은 인터넷 품질 및 가격이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히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선과 국제선을 포함해 현재 국내에 취항하는 항공사 가운데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항공사는 독일의 루프트한자가 유일하다. 이 항공사는 현재 인천~뮌헨, 인천~프랑크푸르트 노선에서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 외 영국항공과 델타항공이 내년께 인터넷 서비스 도입을 준비하고 있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전체 노선에서 당분간 기내 와이파이를 도입하지 않을 방침이다. 사실상 국내에서는 기내 인터넷을 이용하기 어려운 셈이다.
이는 58%의 항공사가 자국 내 노선에서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의 항공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미국의 경우 버진항공·델타항공·유나이티드항공·사우스웨스트항공·아메리칸·US에어웨이 등 다양한 업체들이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항공 및 통신업계는 이 같은 차이의 이유로 세계 각국의 통신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꼽고 있다. 현재 기내 인터넷 서비스는 국제선의 경우 위성, 자국 내 운항의 경우 이동통신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고고(GOGO)'라는 항공기 인터넷 서비스업체가 항공사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비행기와 가까운 지상 송전탑에서 특정 주파수대의 신호를 받아 기내에서 사용하는 구조다. 이 경우 인터넷 속도가 최대 10Mbps 수준으로 검색이나 동영상 스트리밍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은 국내에는 아직 부적합하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KT의 한 관계자는 "국내 이동통신 시설의 경우 안테나 각도가 지상으로 조정돼 있어 하늘에서 사용하기는 부적합하다"며 "전파가 수신되더라도 미약해 수신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국내에서 이동통신망을 활용해 기내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지만 아직 전용 서비스업체가 없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미국과 달리 한국의 경우 비행시간이 길어야 한시간 남짓"이라며 "단거리 이동에 인터넷 수요가 많지 않아 인프라 구축에 나설 만한 통신업체가 없다"고 말했다.
국제선의 경우 인터넷 속도 문제로 도입이 쉽지 않다. 현재 국제선에서 이용하는 위성 방식의 인터넷 서비스는 이용속도가 수Mbps 수준이며 이마저 접속인원이 늘어날 경우 속도가 더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등 국내 업체가 서비스 도입을 꺼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05년 3월부터 2006년 3월까지 국제선 기내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서비스 품질 문제로 이용객 수가 적어 사용을 중단했다. 당시 서비스 공급업체였던 커넥션바이보잉(CBB)은 사업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당시 가격도 비쌌던데다 인터넷 속도가 100kbps 수준으로 정상적인 검색도 어려웠다"며 "지금도 위성 인터넷은 그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항공업계는 이 같은 문제 때문에 와이파이 신기술 탄생 이후 도입을 고려할 방침이다. 일부 기내 인터넷업체에서 60Mbps의 기내 인터넷 서비스를 준비 중이지만 출시 시점은 불명확하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기내 인터넷의 주 용도는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인데 현재의 인터넷 속도와 서비스 투자비용 등을 고려할 때 사실상 투자 및 이용 효용이 적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