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연간 1조원으로 추정되는 ‘해외유출 의료비’를 체계적으로 파악하기로 했다.
한은은 최근 들어 외국 의료센터에서 진료를 받는 내국인이 크게 늘고 있으나 현재의 외환전산망 시스템으로는 해외로 빠져나가는 건강진료 관련비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어 앞으로 외환전산망 시스템을 보완, 의료비 유출규모를 구체적으로 산출할 계획이라고 26일 밝혔다.
한은은 이르면 내년 중으로 외환전산망에 의료비 항목 코드를 부여, 외국환은행들이 의료비 명목으로 해외로 송금되는 외화에 대해서는 코드를 입력해 외환전산망에 통계가 집계되도록 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내국인은 외국 의료기관에서 발급한 진료 증빙서류 등을 첨부, 외화를 송금 또는 반출하게 되며 외국환은행은 이러한 송금에 대해 외환전산망에 의료비 항목으로 입력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내국인이 외국에 나가 현지 의료기관에서 수술 또는 진료를 받은 후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그 규모를 파악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예컨대 중국에 장기이식 수술을 받고 진료비를 지불하는 경우나 미국의 유명 의료센터에서 암치료를 받는 경우 대부분이 휴대반출이나 증여성 송금, 여행경비 형식 등으로 외화가 빠져나갔기 때문에 정확한 의료비의 해외유출 규모에 관한 통계 자체가 없는 셈이다.
그러나 의료계 일각에서는 해외원정 출산은 물론 암치료나 각종 수술 등을 위해 부유층이 해외로 반출하는 외화가 막대한 규모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최근 중국 등지에서 건당 수천만원의 비용을 들여 장기이식 수술을 받는 사람이 급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정경제부의 한 당국자는 “해외로 유출되는 의료비가 연간 1조원에 육박한다는 추정이 의료계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은 의료비 항목으로 해외로 유출되는 비용을 모니터해 국내 의료보험 체계 개선과 의료시장 개방 등에 관한 정책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