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조업마저 흔들리는 중국발 위험 대비해야

중국의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8.1포인트로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HSBC홀딩스가 24일 발표한 이 수치는 전달 확정치(48.5포인트)와 전문가 예상치(48.7포인트)보다 낮다. 중국 제조업의 기력이 그만큼 허약해졌다는 얘기다. 전반적인 징후 또한 좋지 않다. 중국 기업의 잇단 디폴트(채무불이행)와 대도시 부동산의 거품붕괴 조짐 등 악재가 하나둘이 아니다. 승승장구하던 중국 경제의 하강이 뚜렷하다는 진단에 따라 증시급락도 점쳐졌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이날 아시아 증시는 중국 경제의 중병 징후를 되레 호재로 받아들였다. 코스피지수는 0.6% 올랐고 중국(0.9%)·일본(1.77%) 홍콩 등의 증시도 대부분 상승 마감했다. 중국 제조업의 쇠락 신호에 시장이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낸 것은 본격적인 경기부양책이 동원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3조8,000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 외환보유액을 확보한 경제대국이요 10년 뒤에는 종합국력에서 미국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큰 중국이 제조업 붕괴를 손 놓고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 심리가 시장에 깔려 있는 셈이다.

과연 중국 경제는 악재를 극복할 수 있을까. 전망이 엇갈린다. 중국은 소득 양극화와 관료부패 등 구조적 위험요인에다 거시경제지표 악화와 위안화 환율 급변동 등 사방이 지뢰밭이다. 특히 단기 그림자금융을 통해 마구 가져다 쓴 지방정부의 부채(약 2조 9,100억달러)는 당장 언제 터질지 모르는 악성뇌관이다.

중요한 대목은 최대 교역국인 중국발 경기변동에 우리의 사활이 걸렸다는 점이다. 규제완화와 혁신으로 한국 경제의 내실을 다지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지난 10년간 중국이 글로벌 500대기업(포춘 선정)에 신규 포함되는 기업을 94개 늘리는 동안 한국은 고작 3개 늘리는 데 그칠 정도로는 중국의 부침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기업의 분발과 정부의 지원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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