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TV SEN] 치명적 결함…자동차 ‘시동 꺼짐’ 피해 속출


[앵커]

자동차를 운전하다 갑자기 시동이 꺼진다, 생각만 해도 아찔한데요. 시동 꺼짐 현상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엄청난 결함인데도 차량을 교환하거나 환불받기는 매우 어렵다고 합니다. 한지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북악산 도로를 달리는 한 승용차의 블랙박스 영상.

언덕에서 갑자기 시동이 꺼지고, 꺼진 시동을 다시 켜보려 애쓰지만 묵묵부답입니다.

결국 시동이 걸리지 않아 정비차량에 실려 정비소로 향합니다.

지난 6월 폭스바겐 차량을 구입한 배석진 씨는 구입 4개월 만에 이런 아찔한 순간을 겪었습니다.

[인터뷰] 배석진 / ‘주행 중 시동꺼짐’ 피해자

아내가 임신 4개월 상태였고 너무 많이 놀라서… 차도 계속 뒤로 밀리는 상태고 브레이크도 잘 안 먹거든요. 만약에 내리막길에서 우리 아내 시동 꺼졌으면 상상하고 싶지도 않아요.

이후 2번이나 같은 일을 겪었지만 제조사인 폭스바겐은 새 차 교환 거절뿐만 아니라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대답으로 일관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위해감시시스템에 접수된 시동 꺼짐 사례 702건을 분석한 결과, 세부모델별로는 수입 제조사의 경우 BMW 15건, 폭스바겐 14건, 벤츠 9건, 재규어·랜드로버의 경우 5건이었습니다.

국내 제조사는 기아차가 243건, 현대차가 186건, 한국GM이 116건, 르노삼성이 79건, 쌍용이 14건 접수됐습니다. 대상 차량의 56%가 출고 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시동 꺼짐 현상이 발생했고, 79%가 도로 주행 중에 시동이 꺼졌습니다.

수리 후에도 계속 시동이 꺼진 경우가 46%에 달했지만, 차량을 교환하거나 환불받은 운전자는 4.7%에 불과했습니다. 소비자 분쟁해결 기준에도 1년 안에 4번 이상 결함이 발생해야 교환 및 환불 조건이 충족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실상 제조업체들이 결함을 인정하고 교환이나 환불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 또한 차를 구매한 지 1년이 넘으면 아무 보상도 받을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인터뷰] 양종석 차장 /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안전국

시동 꺼짐 같은 경우에는 중대결함인데도 불구하고 보상규정에는 ‘중대 결함’ 범위가 나와 있지 않는 부분이 있고…따라서 소비자 분쟁해결 기준에 중대결함의 구체적 명시와 더불어 교환 환불이 가능한 제작사의 AS조건 개선 등 이런 자율적인 공고를 할 예정입니다.

차량 결함을 제조사가 아닌 소비자가 직접 입증하도록 규정한 제조물책임법 역시 제조업체의 반발로 개정작업이 쉽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더 이상 소비자 피해 사례가 늘지 않도록 정부의 법 개정과 제조사들의 솔선수범한 자동차 결함 시정조치가 필요합니다. 서울경제TV 한지이입니다.

[영상취재 오성재 / 영상편집 이한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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