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의 지배구조에 변화가 오는 것일까. ㈜두산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지위를 잃을 전망이다. 두산그룹은 "인위적인 지분매입 등 없이 실질적인 지주회사 체제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속을 좀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19일 ㈜두산이 공시한 재무제표를 보면, ㈜두산이 보유 중인 자회사 주식가액 합계액이 회사 자산총액의 50% 밑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재무제표 결산 결과가 확정되면 ㈜두산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지주회사에서 빠지게 된다. 공정거래법은 자회사 주식가액 합계액이 자산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0% 이상일 경우에만 지주회사로 지정하고 있다.
이는 ㈜두산이 사업형 지주회사의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업형 지주회사는 복수의 계열사를 거느린 모회사이면서 자체 사업 부문을 영위하는 지주회사를 뜻한다. ㈜두산은 그동안 산업용 지게차 사업, 연료전지 사업 등을 인수하며 사업 부문을 키워왔다. 이에 따라 지주회사로 전환한 2009년 66.1%이던 지주비율이 2012년 54.6%, 2013년 51.6%로 점차 낮아졌고, 지난해에는 지주비율이 47.8%로 떨어졌다.
두산그룹 측은 이와 관련해 "사업 부문이 커지면서 자산이 늘어나 자연스럽게 지주 비율이 낮아진 것으로, 법상 지주회사 지정에서 제외되더라도 실질적으로 지주 회사 체제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며 "자산 매각·자회사 지분 매입 등의 인위적인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두산 측은 또 "지주회사 전환 이후 진행해온 지배구조 선진화와 투명성 제고를 위한 조치도 변함없이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산그룹은 내부거래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자문단, 서면투표제 등 투명 경영과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해 운영해온 조직과 제도를 앞으로도 유지·강화할 방침이다.
두산은 또 손자회사 등 계열사에 대한 공동출자를 금지한 지주회사에 대한 행위제한, 지주회사 부채비율, 자회사 최소지분율 기준 등도 계속 지키면서 주주가치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같은 날 두산인프라코어는 미국 건설장비 자회사인 밥캣의 프리 IPO(상장 전 지분매각)을 추진, 8,0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에 나서기로 했다. 확보한 자금은 두산인프라코어의 차입금 상환에 쓰일 예정이다. 밥캣은 최근 2, 3년간 두산인프라코어의 캐시카우 역할을 맡으며 두산인프라코어의 실적 부진을 상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