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뜸과 디스크질환

치료 위치 정확해야 부작용 없어


무용을 하는 스물 두 살 여자 환자가 내원했다. 3년 전 요추 4ㆍ5번 디스크탈출증 진단을 받았는데 1년 동안은 허리와 엉덩이 부위의 통증이 없다 최근 들어 재발했다고 했다. 다시 검사해보니 요추 4ㆍ5번은 더 악화되고 요추 5번과 천추 1번 사이 디스크도 탈출한 상태였다. 환자의 허리에 남은 10개가 넘는 화상 자국을 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직접 환부에 뜸을 떠왔다고 했다. 뜸으로 잠시 통증이 줄어든 것을 완치된 것으로 오해한 환자는 무리한 연습을 하다 상태를 더 악화시킨 것. 둔해진 감각신경이 회복되자 더 큰 통증과 등ㆍ허리에 흉측한 화상 자국을 얻게 되었다. 원래 뜸은 한방에서 침 치료와 더불어 사용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특정 경혈을 자극해 약한 기능을 보강한다. 면역력 증강, 장부의 활성화, 항염증작용 등 여러 효능이 있다. 내장기 질환에서 외부의 질환까지 치료범위가 광범위하다. 직접 피부에 화농을 생기게 해 치료하는 직접 뜸, 피부와 뜸 사이에 생강ㆍ마늘 등을 넣어 피부 손상이 없게 하는 간접 뜸도 있다. 요통의 경우 신장의 기운이 허약해 생긴 신허요통(腎虛腰痛)처럼 허리부위 특정 혈에 뜸을 뜨는 방법도 있고 생리통처럼 복부 경혈에 뜸을 뜨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척추뼈나 디스크 질환자들은 통증부위에 무턱대고 뜸부터 떠서는 안 된다. 통증에 익숙해지거나 통증감각이 소실돼 근본적인 치료 시기만 놓친채 상태가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짧게는 수 개월, 길게는 수 년 뒤 통각신경이 회복되면 증상이 다시 나타난다. 또 2차 감염이 생겨 피부과 치료를 받아야 했던 환자도 많이 보았다. 더욱이 화상 흉터는 잘 없어지지 않는다. 이런 뜸은 한의사가 아닌 사람이 시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난치성 질환이나 만성 질환 등에 뜸이 적절하게 사용된다면 좋은 치료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무분별한 뜸은 이중, 삼중의 괴로움을 유발하는 만큼 근본적인 치료 뒤에 환부가 아닌 손등ㆍ손바닥에 뜸을 하거나 피부손상 없이 뜸 치료 효과를 끌어내는 방법을 써야 한다. 또 치료 위치도 정확해야 효과를 볼 수 있으므로 스스로 하는 시술이나 무자격자의 시술은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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