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X파일' 사건이 불거진 이후 4개월 이상 해외에 체류중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다음달 8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리는국제올림픽위원회(IOC) 정기총회에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이전에 그가 귀국할 것인지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IOC 총회의 참석은 모든 IOC 위원의 의무이며 이 회장 역시1996년 위원으로 선출된 이후 이 총회만큼은 빠지지 않고 참석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고 6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 회장의 IOC 총회 참석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말해불참 가능성도 열어 놓았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IOC 총회에 참석키로 마음을 먹었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모양새'에 관해서는 고민이 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미국에서 곧바로 토리노로 날아가 총회에 참석한 뒤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다면'초장기 해외체류'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에 이 회장이나 삼성측으로서는 가능하다면 귀국해 잠시나마 한국에 체류한 뒤 IOC 총회 참석차재출국하는 쪽이 모양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 회장의 귀국에 걸림돌이 돼온 국내의 '제반 상황'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단지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무리하게 귀국을 시도하지 않을 것으로재계에서는 보고 있다.
따라서 이 회장이 이런저런 복잡함을 피하기 위해 아예 IOC 총회에 불참할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도 없지 않다.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이 회장의 건강은 거동이나 여행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악화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X파일'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9월 이 회장이 미국으로 출국한 이래 지난해 연말 청와대 '대중소기업 상생회의'나 삼성의 중요행사인 9일의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 등 계기가 있을 때마다 그의 귀국설이 나왔으나 번번이 빗나간바 있다.
이 회장이 이번 IOC 총회마저 불참하거나 참석하더라도 귀국을 하지 않은 채 미국에서도 곧바로 토리노로 날아가는 경로를 택한다면 1년 또는 그 이상의 장기 해외체류 가능성이 제기될 수도 있을 것으로 재계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