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앞에서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PMP)를 아는지 물어보면 아마 열 명 중 한두 명만이 ‘알고 있다’고 대답할 겁니다. 하지만 PMP도 조만간 MP3플레이어처럼 대중화될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유연식(38) 디지털큐브 사장은 PMP 시장을 아주 낙관적으로 전망한다. PMP를 활용해 즐길 수 있는 영역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데다 사용계층도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 사장은 “PMP는 오디오 및 동영상 재생은 물론 라디오 수신, 게임, 전자사전, 디지털카메라, 내비게이션,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멀티미디어 기기”라면서 “조만간 휴대인터넷(와이브로), 초고속이동통신(HSDPA) 등과의 결합으로 사용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초기 시장에서는 20대 남성들이 동영상을 보기 위해 주로 PMP를 구매했지만 이제 30~40대는 내비게이션 기능, 10대는 학습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 PMP를 장만할 정도로 제품의 용도 및 사용자가 다변화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유 사장은 “최근에는 여성 사용자들도 점점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PMP 시장규모는 월 3만5,000대 수준이지만 판매량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의 경우 시장규모가 50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큐브는 PMP 시장에서 65%의 점유율로 확고부동한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2004년 MP3P에서 PMP로 주력사업 분야를 전환한 후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중견기업이 시장을 선도하는 만큼 어려움도 많다. 분기별로 차기 제품들을 미리 공개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반적으로 차기 제품이 미리 소개되면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 판매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소비자들이 앞으로 출시될 제품을 장만하는 게 낫다는 생각에 구매를 미루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지털큐브는 1위 업체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철학에 따라 차기 제품을 미리 공개한다. 유 사장은 “다소 어려움이 있기는 하지만 앞으로 나오는 신제품은 이전 제품의 교체라기보다 제품군(群)의 다양화를 의미하는 만큼 큰 걱정은 없다”고 말했다. 디지털큐브는 이달 말 HSDPA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신형 PMP ‘S43’와 2.4인치 초소형 PMP인 ‘아이미니(I-mini)’를 출시할 예정이다. 또 연말에는 7인치 전용 내비게이션 제품도 내놓을 계획이다. 아이미니는 10대 MP3P 사용자들을 흡수하고 내비게이션은 30대 이상 소비자들을 주요 공략 대상으로 삼고 있다. 유 사장은 울트라모바일PC(UMPC)와 PMP의 충돌 가능성에 대해 그리 우려하지 않는다. 그는 PMP가 이미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유 사장은 “UMPC는 아직 초기 시장이라 소비자와 제조업체 모두 적절한 용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면서 “가격ㆍ휴대성 등 여러 면에서 PMP가 유력한 휴대용 엔터테인먼트 기기로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UMPC는 노트북PC의 보완 개념이라 업무용 성격이 짙다”면서 “UMPC 시장은 내년 하반기나 돼야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지털큐브는 이제 해외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아직은 수출비중이 미미하지만 최근 몇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 해외시장 개척 기반을 마련했다. 유 사장은 해외에서는 현지화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지역마다 선호하는 PMP의 용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MP3P의 경우 용도가 음악감상으로 제한돼 있지만 PMP는 용도가 뚜렷하게 나뉜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DMB, 내비게이션, 동영상 재생이 핵심 콘텐츠인 반면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런 기능을 선호하지 않는다. 유 사장은 “지금까지 출시된 V43ㆍT43는 국내 취향에 가깝다”며 “미국 시장의 경우 실시간 교통정보를 받을 수 있는 위성 라디오가 핵심 콘텐츠”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2월 북미 시장에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라며 “미국ㆍ유럽 등에서는 지금의 고기능 PMP를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용하기 쉽고 값싼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3ㆍ4분기는 디지털큐브로서는 새로운 분수령이다. 5월 전자파 문제로 생산제품 전량을 리콜하면서 경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3ㆍ4분기에는 신제품 T43의 판매 호조 등에 힘입어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중견기업이 판매된 제품을 전량 리콜한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나 이제는 이런 돌발적인 어려움을 충분히 소화해낼 정도로 성장했다. 유 사장은 “지난해는 매출액이 400억원에 조금 못 미쳤지만 올해는 1,000억원대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매년 두세 배 이상 성장해 내수시장 확대를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디지털큐브는 현재 9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다. 유 사장은 “이번 유상증자는 제품 개발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디지털큐브의 성장률이 200~300%에 달하고 있다”며 “많은 비용을 지출하더라도 확실한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철학과 스타일 "한 발 앞서서 재미있게" 유연식 사장의 경영철학을 담고 있는 말이다. 남들보다 한 발 앞서야 부가가치를 높여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으며, 보다 신나게 제품을 개발ㆍ생산ㆍ판매할 수 있다는 신념을 표현한 것이다. 디지털큐브가 가장 먼저 PMP를 개발, 시장을 이끌고 나가는 데는 이런 경영철학이 큰 몫을 했다. 내비게이션이나 DMB 기능의 컨버전스 제품도 경쟁사보다 먼저 개발해 판매 중이며 앞으로의 제품 개발 로드맵 역시 '한 발 앞서서 재미있게'라는 경영철학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유 사장은 "PMP 시장은 급속히 변화하기 때문에 기술력을 바탕으로 앞선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연구원들도 이제까지 없던 것을 새롭게 개발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신나게 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 사장은 제품 개발에서 출시까지 항상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출 것을 강조한다. 소비자의 기대를 만족시켜야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 사장은 "특히 지난 5월 제품 리콜을 계기로 소비자의 눈높이는 제품 생산만이 아니라 사후 관리까지 해당되며, 이는 기업생존의 필수 조건임을 절실하게 배웠다"고 말한다. 유 사장은 평소 문제가 발생했을 때 놀라거나 조급해하지 않는 낙관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디지털큐브 임직원들이 회사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밝다고 말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으로 풀이된다. ◇약력 ▦68년 서울 출생 ▦91년 서울대 지질과학과 졸업 ▦94년 미국 페르미 입자물리연구소 초빙 연구원 ▦97년 서울대 물리학박사 ▦97년 삼성전기 자동차부품사업부 입사 ▦99년 ㈜디지털스퀘어 설립 ▦2006년 ㈜디지털큐브 대표이사 및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