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ㆍ블레어 ‘대박’ 시라크ㆍ슈뢰더 ‘쪽박’

이라크 전쟁에 대한 각국 정상의 손익 계산서를 작성한다면 누가 각각 손실과 이익을 기록했을까. 국제 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전쟁을 주도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현재로선 `웃는 자`에 속한다. 뉴스위크 조사 결과 전쟁 직전 53% 까지 떨어졌던 부시의 지지율은 지난 주말 71%까지 상승했다. 또 영국 국민의 3분의 2가 블레어의 참전 결정이 옳은 것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시는 세계 유일 패권국의 강력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굳혔고, 블레어는 앞으로 국제 외교 무대에서 큰소리를 칠 수 있게 됐다. 특히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 전쟁 반대국들이 슬며시 꼬리를 내리고 미ㆍ영에 대한 구애를 시작하면서 이들의 주가는 당분간 동반 상승 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노골적으로 전쟁에 반대한 데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중이다. 전후 복구 과정에서 따돌려질 것이 예상되는 등 손해가 눈앞에 닥치자 용기 있는 결정에 박수를 보내던 국민들마저 등을 돌려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 이들은 결국 미국의 힘 앞에 백기를 들었다. 시라크는 15일 두 달 만에 부시에 전화를 걸어 “전쟁이 빨리 끝나 기쁘다. 전후 처리에 대해 실용적 방법으로 접근하겠다”며 자세를 낮췄다. 슈뢰더도 이날 블레어를 하노버의 자택으로 초청해 정상회담을 갖고 “과거의 돈독한 우방으로 돌아가자”는 화해 메시지를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반전 3국의 평화 캠프는 실패했으며, 러시아는 곧 미국과 정상적 관계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해 미국에 러브콜을 보냈다. 비센테 폭스 멕시코 대통령은 “섣부른 반전 표명으로 미국의 경제 보복이 우려된다”는 국민들의 비난에 직면했다. 그는 “수시로 전화 통화를 나누는 등 막역한 사이였던 부시가 최근 수 주 만에 전화해 실망했다고 말했다”며 걱정을 표시했다. 캐나다의 장 크레티앙 총리는 부시 대통령의 캐나다 방문 취소 등으로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전쟁을 지지한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스페인 총리와 존 하워드 호주 총리도 극심한 민심이반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쟁 발발 직전 미영과 3국 정상회담을 열어 결정적 전쟁 명분을 제공한 아스나르 총리는 퇴진 요구가 잇따르고, 5월로 예정된 지방 선거에서 집권당의 참패가 예상되는 등 시련을 겪고 있다. 정예 부대 등 2,000여 명을 파병한 하워드 총리도 국내 반전 여론을 의식해 미영의 정상회담 참석 요청을 거부하는 등 민심 수습에 나섰다. <미주한국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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