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 세상과 손잡다

한젬마·낸시랭 등 기업 아트디렉터로 속속 활동
"대중 속에서 예술성 발휘" 현실참여 늘어날듯

쌈지 아트디렉터 낸시랭과 직접 디자인한 가방

진흥기업 아트디렉터 한젬마

디렉터 한젬마가 디자인한 일원동 한 아파트의 아트체어

길음동 아파트의 벽화

작품 전시만을 지상 과제로 삼아 왔던 작가들이 현실세계에 뛰어들고 있다. 순수 예술작업에 몰두해 온 작가들이 최근 기업들의 예술마케팅 추세에 발맞춰 패션회사ㆍ건설사 등 기업의 아트 디렉터로 활약하며 대중들과의 거리를 좁혀가고 있다. 앞으로 기업들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고객의 니즈(needs)에 맞추기 위해 예술 마케팅 전략을 강화, 예술가들을 향해 자주 러브 콜을 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예술가들의 현실참여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객들에게 색다른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문화 중에서도 순수예술이 각광 받고 있어 예술 작가들의 활동 폭이 넓어질 전망이다. 팝아티스트 한젬마는 2004년 세종문화회관 재개관 당시 선 보였던 설치작품이 알려지면서 대우 푸르지오와 손잡고 은평구 길음동에 건설된 아파트 입구에 대형벽화 ‘더불어 함께’를 만들었다. 벽화는 2005년 한국토지공사가 주최한 ‘살기 좋은 아파트’ 선발대회에서 종합대상(대통령상)을 수상하게 된 요인 중 하나였다. 한젬마는 올해부터 진흥기업과 2년간의 계약을 맺고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6월 신세계 백화점에서 열렸던 아트페어 ‘퍼플케익’에 참가했던 한젬마는 고객들의 반응이 좋아 백화점의 요청으로 그의 작품으로 디자인한 ‘한젬마표’ 앞치마 제작 등 아트 컨설팅을 하고 있다. 그는 “프랑스 등 문화선진국에서는 작가들의 그림을 벽면에 걸어놓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재능을 끄집어 내 활용하는 수준”이라며 “우리도 최근 기업이 창의력을 살리기 위해 작가들과의 대화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발적인 퍼포먼스로 눈길을 끌었던 낸시랭은 패션전문회사 ㈜쌈지의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며 패션 브랜드 ‘낸시랭’을 선보였다. 그가 개발한 가방 ‘매직박스’는 젊은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면서 5,000개 이상 판매되는 효자상품이 됐다. 패션계에서 가방 신상품이 나오면 500개 정도 팔리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또 인사동에 위치한 쌈지의 자매회사 쌈지길은 작가 이진경을 아트디렉트로 영입, 통합 CI(Corporate Identity)작업을 해 오고 있다. 한편 작가들의 예술성이 현실에서 빛을 보려면 상호 의사소통 등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작가들의 자유분방함이 자칫 시일을 다투는 기업의 업무특성과 충돌을 일으켜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 이진경 작가는 “작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는 경우가 많아 기업측의 요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기업도 기존의 틀에 작가를 맞추려는 경향이 있다”며 “상호간의 윈윈(Win-Win)을 위해 기업은 작가의 상상력을 막아서는 안되면 작가도 기업과 대중이 원하는 작품 수준이 어떤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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