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방카슈랑스(은행창구를 통한 보험상품 판매) 도입을 앞두고 상당수 중소형 보험사들이 파트너 은행을 찾지 못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방카슈랑스도입과 함께 경쟁력이 떨어지는 보험사들이 도태되면서 보험산업에서 제2의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형ㆍ외국계 보험사 `제휴 독식`=현재 방카슈랑스 영업을 위해 은행과의 짝짓기에 성공한 생명보험사는 삼성, 교보 등 대형사와 일부 외국사 뿐이다. 삼성생명이 6개, 교보생명이 7개 은행과 제휴를 맺었거나 추진중이다. 외국사로는 AIG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메트라이프, 라이나생명 등도 2~3개 은행에 판매 창구를 확보했다.
반면 럭키, SK, 금호, 동부, 동양, 대신 중소형 생보사는 시중은행은 물론 지방은행과의 제휴도 어려울 정도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손보사중에서는 삼성화재가 거의 모든 은행과 손을 잡은 가운데 현대, 동부, LG, 동양 등 상위 5개사가 과점체제를 구축했다. 외국사중에서는 미국계 손보사인 ACE와 AIG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나머지 중소형사들은 일찌감치 제휴를 포기한 상태다. 이들은 은행들이 요구하는 계약조건을 들어줄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은행 제휴 상한선 있어야”=이에 따라 중소형보험사들의 불만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보험상품 판매방식의 혁신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방카슈랑스 시장 진입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 중소형생보사 관계자는 “은행과의 제휴가 어려워 한 저축은행과 협상을 추진했는데 이 곳 마저도 최근 대형생보사의 제휴로 방향을 틀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따라서 중소형생보사들의 주장은 보험사의 제휴 은행 수를 3개 이하로 제한하자는 것. 이렇게 되면 중소형사들에게도 어느 정도 기회가 주어질 수 있지 않겠냐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정채웅 금감위 보험감독과장은 “보험사에 몇 개 이하로 제휴 은행을 제한하라고 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중소형사들의 방카슈랑스 시장 진출이 철저히 차단된 상황에서 방카슈랑스가 보험업계 구조조정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외국계 생보사의 한 임원은 “보험산업 2차 구조조정설이 작년말부터 들리기 시작하는데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며 방카슈랑스가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 과장은 “방카슈랑스 영업에 모든 상품이 허용되는 것은 4~5년후이기 때문에 보험사들이 대비할 시간은 충분히 있다”며 “그 전에 흔들리는 회사는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박태준기자 jun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