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젊은 피'로 통하는 이준석씨를 북 콘서트에 연사로 초대한 적이 있다. 지난해 12월10일 경남 함양에서였다. 이 고장의 청소년들, 특히 수능을 막 끝낸 고3 학생들에게 뭔가 도움이 될 만한 말을 해달라고 마련한 자리였다. 콘서트 주제는 '꿈을 향한 도전'. 함양문화예술회관은 500여명이 넘는 학생들로 가득 찼다.
이씨는 지난 2003년 서울과학고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을 거쳐 3년 만에 하버드대를 졸업(경제학·컴퓨터과학 전공)한 수재다. 2007년부터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이라는 봉사단체를 만들어 집안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2012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그를 영입해 당을 젊게 바꾸는 일을 맡겼다.
이씨는 운동화에 티셔츠 차림으로 편하게 얘기를 풀어나갔다. 자신의 성장기를 들려줌으로써 그는 "어려서부터 우리 사회의 작은 일 하나라도 개선해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다. "그런 경험이 진학과 취업은 물론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하는 열쇠가 된다"는 것. 얘기가 무르익자 학생들의 눈빛이 선망에서 공감으로, 자신감으로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정치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경위도 스스럼없이 소개했다.
2011년 12월 성탄절 무렵, 그는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만나고 싶다는 전화를 받는다. 무료 과외공부 봉사에 푹 빠져 있을 때였다. 야학(夜學) 현장으로 그를 만나러 온 박 대통령의 손에는 피자 한 판이 들려 있었다. 피자를 함께 먹으면서 박 대통령이 물었다. "이준석씨 같은 사람은 이런 일을 안 해도 잘 먹고 잘살 텐데 왜…" 그가 대답했다. "불공평한 교육 기회로 우리 사회에 계급이 고착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아이들에게 죽도록 수학과 과학을 가르쳐보겠다"고. 그로부터 며칠 후 박 대통령으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다. 같이 일해보지 않겠느냐고.
문화체육관광부는 해마다 이런 북 콘서트를 몇 차례씩 연다. 행사 방식은 조금씩 달라도 독자들이 만나고 싶어 하는 저자나 저명인사를 초대해 얘기도 듣고 책의 소중함을 공감하도록 하는 기본 패턴은 같다. 지난해 전국 60개 공공도서관에 지역주민들과 인문학을 주제로 토론도 하고 강의도 듣는 시간을 갖도록 지원한 것도 그 일환이다. 이 인문독서 아카데미 사업은 연 참여인원만 6만5,000명에 이를 정도로 호응도가 높았다.
그런데도 많은 지역도서관들이 마땅한 강사를 못 구해 애를 먹었다. 유명 저자나 인사들에게 지방이라고 밝히고 강연 요청을 하면 대개는 거절했다. 너무 멀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한 지방도서관 관계자는 "강사 섭외가 제일 어려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책을 살리고 독서 인구를 늘리자는 사업인데 강사를 구하기가 어렵다니, 난감했다. 지리산 자락 함양까지 내려와 아이들에게 희망의 불을 지피고 간 이준석씨가 더 돋보인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