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강잡기 '골프금지령'…실효성은 의문

정부가 공직자들의 직무와 관련된 골프.도박 금지령을 내린 것은 최근 흔들리고 있는 공직기강을 다잡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이해찬(李海瓚) 전 총리가 `3.1절 골프' 파문 속에서 낙마한데다 이명박(李明博)서울시장의 `황제 테니스' 논란이 일고 있는 등 고위 공직자들의 공직윤리가 잇따라도마위에 오른데 따른 정부차원의 집안단속인 셈이다. 특히 이 전 총리의 경우 골프 동반자인 기업인의 `공정위 제재 무마로비' 의혹을 샀고, 이 시장의 테니스도 체육시설 신설과 관련된 특혜 논란이 일고 있는 만큼이번 조치는 차제에 `친교와 직무' 사이에 확실한 선을 그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 직속 독립기관으로 부패문제를 전담하는 국가청렴위원회도 23일 "최근고위 공직자의 부적절한 골프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공직윤리 문제가 국민적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공직사회의 청렴의무 실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번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가 그동안 반부패.청렴정책을 통해 고질적이고 만성화된 분야를 대상으로제도개선과 시정에 주력해 왔으나 고위 공직자들이 잇따라 구설에 오르며 국민적 공분과 실망감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볼 수 있는 것.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앙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정부산하기관 등 직원들이각종 이권이나 선심성 일처리에 대한 유혹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유혹에빠질 수 있는 `주요 통로'를 미리 차단하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관측된다. 지금까지 공무원행동강령에 따라 `접대성' 골프나 도박을 금지해 왔으나 이번에는 자신이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직무와 관련된 사람과는 `무조건 문제 삼겠다'는 강화된 기준을 제시한 점도 이런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직무관련 골프.도박 금지령'에 대한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시행과정에서의 형평성 논란도 예상된다. `직무관련자와 골프를 치지 말라'는 포괄적인 규제는 사실상 공무원들에게는 전면 금지로 다가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중앙부처 한 간부는 "직무관련자와 골프를 치지 말라는 것은 사실상 전면 금지나 마찬가지"라며 "골프를 치려면 사전 보고를 하거나 누구와 쳤는 지에 대한 해명을 해야될 텐데 어떻게 골프를 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향후 이행 점검을 통해 상응한 징계를 하는데 있어서도 전면적인 점검이어렵고 징계 기준도 뚜렷하지 않아 자칫하면 `시범 케이스'만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청렴위 관계자는 "이번 골프와 도박 금지 권고가 일제 점검과 징계 등에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 "하지만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 공직윤리를 바로세우고 잘못된 관행을 바꾸는 상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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