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 회복의 꿈은 요원한가'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 올 하반기에 소폭이나마 회복될 것으로 점쳐지던 세계 반도체 경기가 지속적인 수요 부진으로 침체의 늪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말 반도체산업협회(SIA)는 올해 반도체 매출이 전년대비 6% 증가하면서 견조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었다. 하지만 이 같은 예상치는 올 중반에 들어와 3% 성장으로
한 풀 꺾인데 이어 현재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반도체 경기 회복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증시 투자자들도 하나 둘씩 반도체주에서 손을 떼고 있다. 실제 반도체 경기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지난 주말 248.76포인트를 기록, 4년 래 최저치로 곤두박질 쳤다. 지난 2000년 3월 IT(정보기술)경기가 한창 절정을 이룰 당시 이 지수는 무려 1,316포인트까지 치솟았었다.
FT는 현 반도체 산업의 문제는 재고가 누적되고 있는데다 최종 수요 마저 늘지 않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경기 침체로 설비투자를 줄임에 따라 반도체 매출의 42%를 차지하는 개인용 컴퓨터(PC)와 서버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통신장비 부문도 텔레콤 기업들의 투자 감축으로 찬바람을 맞고 있다. 다만 무선 칩과 디지털가전용 칩 분야가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반도체 경기 전체의 흐름을 바꿀 수 없는 형편이다.
FT는 또 최근 전자제품 아웃소싱이 늘면서 반도체 업체들이 설비투자의 적기를 발견하기 어렵고 생산 역시 조절하기가 어렵게 됐다고 전했다. 시장 상황이 복잡해져 정확한 수요 예측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한편 살로먼스미스바니(SSB) 증권은 23일 '아시아 태평양 지역 D램 격주 보고서'를 통해 최근 128 SD램과 DDR 가격이 모두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DDR의 현물 프리미엄 또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아시아 D램 업체들의 위기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운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