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봄', 즉 중동 민주화의 발원지이자 유일한 성공 사례인 튀니지가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새 시험대에 올랐다. 18일(이하 현지시간) 2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박물관 테러 사건'이 이슬람국가(IS) 등 급진 이슬람 세력과 연계됐을 개연성이 있는데다 민주화 초기 이행단계의 후유증으로 야기된 참사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9일 호주 언론 '더컨버세이션'은 튀니지 수도 튀니스의 유명 박물관에서 전날 발생한 총기 테러 사건을 전하면서 "테러범들의 분명한 목적은 튀니지인들을 두려움에 떨게 해 민주주의에서 눈을 돌리게 만들려는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지금껏 성공적으로 진행돼온 튀니지 민주화 이행과정을 평가할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18일 낮12시30분께 튀니지 국회의사당 인근의 바르도 국립박물관에 소총·사제폭탄 등으로 무장한 괴한이 들이닥쳐 총기를 난사하는 사건이 발생해 박물관 내외부에 있던 외국인 관광객 17명을 포함, 최소 21명이 목숨을 잃었고 최소 44명이 다쳤다. 피해자들에는 프랑스와 독일·이탈리아·폴란드·스페인·일본 국적자 등이 포함돼 있다. 범인 가운데 2명은 군경과의 총격전 도중 사살됐고 2~3명으로 추정되는 나머지 공범들도 추적 중이라고 하비브 에시드 튀니지 총리는 밝혔다.
튀니지는 지난 2010년 말 이른바 '재스민 혁명'을 통해 장기 독재정권을 타도한 뒤 지난해 10~11월 총선과 대선을 치러 자유선거를 통한 첫 정권이양을 이뤄냄으로써 당시 아랍 국가들에 불어닥쳤던 민주화를 유일하게 완수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튀지니의) 민주주의는 테러단체들이 대원을 자유롭게 모집할 수 있도록 하는 '표현의 자유'를 제공했고 이 때문에 튀니지는 IS 대원의 최대 공급처 가운데 하나가 됐다"고 보도했다. 실제 튀니지 정부에 따르면 IS 가입을 위해 이라크·시리아로 떠난 튀니지인이 3,000명을 넘는다. 범인들이 IS 등 급진 테러세력과 연계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IS와 관련한 트위터 계정에는 이번 테러에 찬사를 보내며 튀니지 국민들에게 IS 동참을 촉구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에시드 총리는 "이번 공격은 우리 경제의 핵심인 관광업에 타격을 주려는 비열한 행위"라며 "우리는 국가를 지키기 위해 (이들에게) 배려도 동정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존 케리 미 국무장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각국 지도자들도 성명 등을 통해 이번 테러를 강력히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