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국민의 선택] 최대격전지 부산 서병수-오거돈 엇갈린 출구조사에 밤새 긴장

■ 영호남 투개표 이모저모
벡스코서 투표·모터쇼 관람 '일석이조'… 등산차림도 많아
첫 3장만 투표하고 퇴장하자 유권자 데려오기 해프닝
울산선 개표중 지난 대선때 사용한 투표용지 발견돼 논란

지역 일꾼을 뽑기 위한 지방선거 투표가 4일 오전6시 개시되자마자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영호남 지역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영호남 지역에서는 부산 884개소를 비롯해 경남 890개소, 광주·전남 1,221개소 등 총 5,437개소의 투표소에서 투표가 진행됐다.

특히 영호남 지역 최대 격전지였던 부산시장 선거에서는 서병수 새누리당 후보와 오거돈 무소속 후보가 이날 오전 투표를 마치고 긴장된 하루를 보낸 데 이어 오후에는 개표 방송을 밤새 지켜보며 손에 땀을 쥐었다. 이날 오후6시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서 후보가 3%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자 서 후보는 지지자들과 함께 긴장 속에 개표 방송을 지켜봤다. 오 후보도 방송사들의 출구조사 결과가 엇갈리는 모습을 보이자 손에 땀을 쥔 채 초조하게 개표 결과를 기다렸다.

이날 진행된 영호남 지역의 각 투표장에서는 별다른 문제 없이 투표가 순조롭게 이뤄졌다

부산국제모터쇼가 열리고 있는 해운대 벡스코에는 우동 지역 투표소가 설치돼 해당 주민들은 투표도 하고 모터쇼도 관람하는 '1석2조'의 효과를 누렸다. 실제로 이날 이른 아침부터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모터쇼 개장시간인 10시부터는 투표소에 들른 후 전시장으로 향하는 시민들이 대거 몰리기 시작했다.

벡스코 오디토리움 1층 투표소에서 만난 김모(50)씨 부부는 "투표장소를 찾아보니 마침 모터쇼가 개최 중이라 시간 맞춰 왔다"며 관람을 위해 매표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날 부산의 상당수 투표소에는 배낭을 멘 등산복 차림의 유권자들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띄었다. 부산 해운대구 중앙메트로아파트 노인정 투표소를 찾은 김모(48)씨는 "시장선거에는 꼭 투표를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등산가는 길에 투표소를 찾았다"며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거의 등산복 차림이어서 투표를 하고 나들이 가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해운대구 우동 투표소에는 인근 마린시티 주민들이 동백섬과 요트경기장 등으로 애완견과 산책을 가는 길에 투표장을 방문하는 장면이 이어졌다. 하지만 애완견과 함께 기표소에 들어가는 것은 다른 유권자에게 불편을 줄 수 있다 보니 투표소 앞에는 목줄이 기둥에 묶인 채 주인을 기다리는 애완견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7개의 기표용지에 투표를 하는 것과 관련한 해프닝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부산시 남구의 한 투표소에서는 한 투표자가 시장·구청장·교육감을 뽑는 처음 3장의 투표용지에만 투표한 뒤 밖으로 나가버리자 투표소 관계자가 기초의원 등을 뽑는 나머지 4장도 투표해야 한다며 다시 투표장으로 데리고 오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또 일부 유권자들은 아예 2차 투표는 기권한 채 퇴장하기도 했다. 부산시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주로 젊은 유권자 사이에서 2단계 투표용지를 받지 않고 바로 나가버리는 경우가 간혹 있다"며 "투표는 본인의 자유 의사이기 때문에 어떻게 강제할 수도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교육감 투표지에 기호가 없는 것을 두고 투표소 관리원들에게 문의하거나 기표소 가림막이 없는 것을 두고 항의하는 등의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먼저 부산 지역 상당수 투표소에서는 교육감 투표지에 기호가 사라진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일부 어르신들이 어떤 후보를 선택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연제구 연산동 지역 투표소를 찾은 지모(65)씨는 "예전에는 기호가 있었는데 올해는 왜 기호가 없느냐"며 문의하다 '로또 선거'를 막기 위해 기호를 부여하지 않았다는 투표관리원의 설명에 "사전에 교육감 후보들의 공보를 보지 않아 누구를 찍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난감해 했다.

또 6·4지방선거에 처음 도입된 '가림막 없는 기표대'를 둘러싼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날 오전 전북 전주시 제10투표소를 찾은 40대 남성은 '기표대에 가림막이 없다'고 항의하며 투표 관리관과 승강이를 벌였다. 투표를 하려다가 기표대 가림막이 내려져 있지 않은 것을 발견한 이 남성의 항의로 시작된 승강이는 투표관리관이 '원하면 가림막을 설치할 수 있다'는 설명에도 한동안 계속됐다. 논란은 투표장이 소란스러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투표관리관의 요청으로 출동한 경찰의 제지로 끝났다. 처음 도입된 가림막 없는 기표대는 앞면과 옆면이 막혀 있고 기표대를 기존 방식과는 달리 측면 방향으로 설치하며 기표대 사이에 거리를 둬서 투표 비밀이 침해되지 않도록 했다. 다만 처음 사용하는 신형 기표대에 심리적 불안감을 느끼는 선거인이 가림막 설치를 원하면 현장에서 즉시 임시 가림막을 설치해준 투표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사전투표와 투표 방식이 동일한 것으로 착각한 유권자들이 헛걸음을 한 경우도 속출했다. 이날 오전8시께 환자복을 입은 박모(86)씨와 조모(82)씨는 서구 암남동 지역 투표소에 들렀다가 발걸음을 되돌려야 했다. 박씨는 "TV에서 신분증만 가지고 아무 투표소에 가면 된다고 해서 병원 인근 투표소로 왔는데 거주지 투표소로 가라는 말을 듣고 되돌아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전주시 제8투표소에서는 여성 2명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등을 요구하는 '세월호 1,000만인 서명운동'을 벌이다가 '원활한 선거를 위해 철수해달라'는 경찰의 설명을 듣고 자진 해산하기도 했다.

투표용지를 촬영하려다 적발되는 사례도 속출했다. 이날 오전7시35분께 부산 남구 대연3동 제7투표소에서는 한 50대 유권자가 기표소에서 투표용지를 휴대폰으로 촬영하다가 촬영음 소리를 들은 감독관에게 적발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감독관은 즉시 휴대폰과 투표용지를 압수했다. 휴대폰을 돌려달라던 이 유권자는 감독관이 들고 있던 투표용지를 빼앗아 찢어버리는 등 격한 반응을 보이면서 "아내에게 누구를 찍었는지 보여주려고 촬영한 것인데 입구에 '사진촬영 금지' 안내문이라도 붙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울산에서는 기표한 투표용지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40대 남성이 경찰에 입건됐다. 이 남성은 이날 오후1시10분께 울산시 중구 중앙동의 한 투표소에서 시장·교육감·구청장 투표용지에 기표한 뒤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투표소에 근무하던 투표사무원이 '찰칵'하는 카메라 효과음을 듣고 A씨에게 휴대폰 확인을 요청했으나, A씨는 이를 거부한 채 투표소를 나왔다고 경찰은 밝혔다. 결국 이 남성은 투표소에서 약 50m 떨어진 도로변에서 투표사무원과 승강이를 벌이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붙잡혔다.

개표 과정에서는 울산 지역에서 지난 대선 때 사용됐던 투표용지가 발견돼 논란을 빚었다.

울산 울주군 법서읍 울주군민체육관 개표소에 나가 있던 통합진보당 참관인에 따르면 이날 오후7시께 개표를 시작하던 중 시장선거 투표함에서 대선 투표용지가 발견됐다. 최초 발견자는 정의당 이정희씨와 함께 온 학생 참관인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대선 투표용지를 발견하고 사진촬영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이를 제지했지만 적극 항의하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이를 통진당 참관인을 비롯한 주변인들에게 전송했다. 통진당 울산선대위는 이를 두고 지난 대선과 올해 6·4지방선거의 불법선거 정황이 아닌지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선대위는 "참관인들이 모두 투표함을 확인한 후 투표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대선 투표용지가 나온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확한 진상조사를 해 봐야겠지만 만약 불법선거가 사실이라면 이를 묵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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