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밭속에 파묻힌 미 EDS사/본지 이균성 특파원 현지탐방

◎“정보의 요새” 별명 실감/여의도 절반 45만평 37개 건물서/35개국 8,000여업체 시스템 관리【댈러스(미국)】 「밀밭 평야에 파묻힌 정보요새」 미국 남부 텍사스주 댈러스시 외곽 1시간 거리. 세계 최대 정보처리기업인 미국 EDS(Electronic Data System)는 그 견고하고 육중한 몸을 지평선과 맞닿은 밀밭 숲 속에 깊숙히 숨기고 있다. 서울 여의도 절반 크기인 45만평 부지에서 크고작은 37개 건물이 숨막히는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사람에겐 마치 넓은 대학 캠퍼스의 풍경을 연상시키면서도 까닭모를 긴박감과 신중함이 감돌고 있는 이유도 이 작전 때문이다. 이 「정보요새」는 정보처리기술로 무장한 1만명의 요원이 지키고 있다. 이들이 펼치는 작전은 정보망을 장악하고 관리하는 것. 특히 「EDS­Net」으로 불리는 총 길이 1천만㎞의 통신망과 이에 물린 국방, 경제 주체들의 정보시스템을 통제하는 게 이들의 핵심 업무다. 미국 국방부를 비롯 맥도널 더글러스(MD), 제너럴 모터스(GM), 제록스 등 세계 35개국 8천여개 기관의 정보시스템이 여기서 관리되고 있다. 이 정보요새가 무너지면 세계 경제가 마비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세계 경제의 대동맥으로 여겨지는 인터넷도 무사할 수 없다. 이 때문에 EDS의 정보요새는 24시간 동안 멈추지 않는다. 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2중·3중의 지원본부를 두고 있다. 세계 정보시스템에 대한 물샐 틈 없는 관리작전이 밤낮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작전을 총괄 지휘하는 중앙통제본부는 IMC(Information Management Center)로 불린다. 일종의 야전사령부다. 실내 농구장만 IMC는 외부의 공격을 차단하기 위해 지하에 숨어 있다. 앞에 있는 6개의 대형 모니터에서는 항상 은하수처럼 잔잔한 별빛이 쏟아져 내리고 있는데 이는 세계 각국의 정보시스템이 순조롭게 운영되고 있음을 뜻한다.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잔잔히 흐르던 은하수는 폭풍과 벼락으로 바뀔 것이다. 모니터를 마주보고 앉아있는 수백명의 정보요원들이 자신의 워크스템이션으로 이를 미리 방지하고 있는 것이다. IMC의 네트워크기술 전문가인 베이브 엘렌스씨(39)는 『EDS는 이 분야에서 30년이 넘는 노하우를 쌓았다』며 『은하수가 폭풍으로 변할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DS는 지난 62년 IBM의 한 영업사원이던 로스 페로에 의해 설립됐다. 컴퓨터와 컴퓨터를 연결해 정보기술의 가치를 높이자는 게 로스 페로의 사업 구상이었다. 이같은 사업 구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설립 당시 자본금 2백40만원에 불과하던 EDS는 지난 84년 2조8백억원의 몸값을 받게 된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 회사인 GM이 경영난을 타개할 수단으로 정보기술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 매입한 것이다. GM에 매각된 뒤에도 EDS는 매년 20∼30%의 고성장을 유지, 95년 12조원에 이어 지난해 14조4천억원의 매출액을 올리며 이 분야 세계 수위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GM으로부터 다시 독립, 독자적인 경영을 펼치며 세계 시장 평정에 대한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EDS는 지난 87년 LG그룹과 손잡고 LG­EDS시스템을 설립해 국내 시스템통합(SI)업계에서도 큰 활약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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