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비자금 조성 척결을 담은 이완구 국무총리의 대국민담화가 청와대와 사전에 조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대기업 비리 관행에 메스를 들이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청와대와 여권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집권 3년 차를 맞아 야권으로부터 의지가 상실됐다는 지적을 받아온 경제민주화를 재가동하겠다는 신호탄이라는 의견도 있다.
13일 청와대 주변에서는 "이 총리가 방위산업 비리, 해외자원개발 부실 등에 이어 대기업 비자금 문제를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며 "이 총리가 담화 내용을 청와대와 미리 상의한 만큼 박 대통령이 대기업 비자금 문제에 대해 비정상화의 정상화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손을 대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중소·벤처기업 대표들과의 간담회와 대화를 통해 중소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횡포와 비리가 근절돼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면서 "대기업 비자금 조성이 결국은 거래관계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에 피해로 돌아가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이 하도급업체에 지급하는 대금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을 받고 있는 포스코건설에 대해 압수수색에 들어간 가운데 비자금 조사가 다른 대기업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청와대와 정부가 대기업의 지배구조에는 손을 대지 않겠지만 재산 해외 빼돌리기, 주가조작, 일감 몰아주기, 담합 등 중소기업 경영활동을 제약하고 경제회복에 악영향을 주는 행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조사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국정과제 가운데 야권으로부터 비판을 많이 받았던 것 중의 하나가 경제민주화가 상실됐다는 것"이라며 "집권 3년 차를 맞아 경제민주화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