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워렌 버핏이 30조원이 넘는 재산을 기부해 화제를 모았다. 엄청난 기부금 규모도 화제였지만 “시장경제 시스템은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기부의 변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워렌 버핏 자신이 설립한 재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많은 재산을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기부했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도 ‘자본주의의 화신’이라 불릴 만큼 명료했다. 자신보다 빌 게이츠가 더 훌륭하게 돈을 쓸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는 것. 수십조원의 기부금이 눈먼 돈이 되지 않고 더 좋은 곳으로 찾아가는 데 나와 남이 따로 없다는 이야기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의 기부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기부액만 수백억원, 수천억원을 넘어서는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고 기부액을 늘리기 위한 자선단체들의 모금 시스템도 날로 전문화ㆍ거대화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우리나라는 기업이 차지하는 기부액은 전체의 80%에 달하는 반면 선진국들은 개인기부가 전체의 80%를 차지한다고 한다. 개인기부가 활성화하지 못하는 데는 기부금을 모으는 것에 비해 모은 기부금을 투명하고 시스템적으로 배분하는 노력이 부족한 게 아닌가 싶다. 실제로 국내에는 모금을 전문으로 하는 단체는 늘었지만 배분을 전문으로 하는 단체는 몇 안되는 실정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 신세계가 지난해 3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개인기부 희망배달 캠페인은 ‘돈을 모으는 것’보다 ‘어떻게 잘 쓸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다. 본인의 예를 들면 매월 5만원씩을 후원자에게 기부하면 회사는 직원이 낸 만큼의 추가기부를 하고 연말 세금공제 작업까지 연결시켜 기부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독려하는 시스템이다.
모금된 돈이 잘 쓰여진다면 도움받은 사람은 물론 기부를 한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등 사회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순간에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자선과 구호 활동이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지만 보다 창의적이고 시스템적인 나눔문화가 정착돼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가는 데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