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피아’ “공공기관은 내 밥그릇” 방만경영 일삼아

협회 79곳에 퇴직관료 141명, 국토부, 환경부, 금융위, 농식품부 순
‘방만경영’ 38개 공공기관장 절반 차지, ‘모피아’ 이어 산업부·국토부 많아
퇴직공무원, 3년간 산하기관장 맡으면 최대 15억 받아
금융위·기재부 산하 연봉 최고

자료출처: 알리오, 그래픽: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되는 ‘퇴직관료의 협회 취업 관행’이 해양수산부 뿐만 아니라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등에도 만연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부처 산하·유관기관에 낙하산으로 내리꽂힌 ‘관피아’(관료+마피아)의 폐해는 ‘세월호 참사’를 초래한 국가안전망의 붕괴에 그치지 않고 공공기관 방만·무책임 경영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이찬열(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개한 안전행정부의 자료를 보면 2011∼2013년에 주요 협회 79곳에 퇴직관료 141명이 직무 관련성을 따지지도 않고 취업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공무원 퇴직 후 직무 관련성으로 2년간 취업이 제한되는 사기업은 3,960곳이며, 이들 기업이 가입한 협회 역시 취업심사에서 직무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 취업을 못한다.

그러나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를 위탁받았거나 정부로부터 임원 임명·승인이 이뤄지는 협회는 예외가 적용돼 취업심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지난 3년간 퇴직관료 141명이 이 예외 규정에 따라 업계 단체 79곳에 취업을 한 것이다.

이 가운데 ‘전문가 취업’의 성격이 있는 관세청 출신 관세사(20명)의 재취업을 제외하더라도 퇴직 후 직무 관련성이 있는 협회에 입사한 공무원이 120명이 넘는다.

협회에 재취업한 퇴직관료 수는 국토부가 24명으로 가장 많았다.

환경부(13명), 금융위원회(12명), 농림축산식품부(12명), 산업통상자원부(11명) 등도 10명 넘게 업계 단체에 취업한 것으로 파악됐다.

관세청은 한국면세점협회 한 곳에만 이사장을 포함 임원 4명이 둥지를 틀고 있다.

이번 자료는 취업제한대상 기업이 가입한 협회만을 파악한 것으로, 중소업체로 구성된 협회까지 범위를 넓힐 경우 퇴직관료 재취업자, 속칭 ‘관료마피아’(관피아)의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협회는 아니지만 사립대 등에 재취업하는 교육부 퇴직관료도 관피아로 분류된다.

또 취업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기준이 없어 자문이나 고문의 형태로 기업 관련 활동을 하는 경우 취업제한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퇴직 공무원의 업계 단체 재취업 관행은 퇴직자를 고리로 정부부처와 업계 사이에 유착관계를 형성할 우려가 있고, 나아가 업계에 대한 감시·감독을 무뎌지게 만들 수 있다.

세월호 참사로 관피아에 대한 비판이 거세자 안행부는 취업심사 예외를 적용받았던 113개 협회에 대해서도 취업심사를 하는 쪽으로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을 고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퇴직관료 전관예우에 대한 문제의식이 확산된 것을 계기로 취업제한 기간·기업·협회 등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찬열 의원은 “취업제한 대상 기관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는 기관·단체, 정부나 자치단체의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기관·단체 전체로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민주·한국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를 통해 확인한 결과, 정부가 지정한 38개 방만경영 중점관리 대상 기관장 38명 가운데 18명(47.4%)이 ‘관료 출신 낙하산’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보험공사·한국수력원자력·한국중부발전·한국전력공사·한국광물자원공사 등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출신이, 한국거래소·한국투자공사·한국예탁결제원·한국조폐공사·예금보험공사 등에는 기획재정부 출신이 각각 수장으로 내려앉았다.

부산항만공사(해양수산부), LH·철도시설공단(이상 국토교통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농림수산식품부), 그랜드코리아레저(문화체육관광부) 등에도 해당 부처 관료 출신이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한국마사회(감사원)·한국가스기술공사(중앙인사위원회)·지역난방공사(정치인) 등은 ‘생뚱맞은’ 낙하산 케이스다.

기관장과 함께 경영에 참여하는 임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상임감사는 36명 가운데 19명(52.8%)이, 비상임이사는 238명 가운데 74명(31.1%)이 관피아였다. 비상임이사의 경우 관례상 당연직으로 여겨지는 주무부처 현직 관료는 통계에서 제외했다.

상임이사는 121명 가운데 22명(18.2%)으로 그나마 관피아의 영향을 덜 받는 축에 속한다.

이들 관피아(총 133명)를 부처별로 분류하면 기획재정부 출신이 42명(15.8%)으로 가장 많고 산업통상자원부(40명·15.0%), 국토교통·해양수산부(38명·14.3%), 감사원·군(각 22명·8.3%), 대통령실(14명·5.3%) 등의 순이었다. 관피아의 원조격인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관료)의 위력이 여전하고 여기에 다수의 산하기관을 보유한 산업부와 국토·해양부도 관피아의 새로운 핵으로 떠오른 것을 알 수 있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은 “이번 조사를 통해 관피아가 공공기관에 얼마나 뿌리깊게 자리 잡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며 “공공기관을 정상화하려면 ‘관피아 낙하산’ 관행부터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고위 공무원들이 부처 산하 공공기관장으로 내려가 3년 임기 중에 최대 15억원의 보수를 챙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장은 보수가 가장 많고 산업통상자원부와 미래창조과학부는 퇴직 후 낙하산을 펼칠 선택의 폭이 가장 넓은 것으로 조사됐다.

‘알리오’에 공시된 기재부와 금융위, 산업부, 국토교통부, 미래부, 해양수산부, 교육부 산하 공공기관장 연봉 현황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304개 공공기관장 중 가장 많은 급여를 받은 곳은 기업은행으로 15억3,500만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에 수출입은행장이 15억900만원, 산업은행장이 14억6,500만원으로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전체 공공기관장 평균 연봉이 최근 3년 동안 4억7,800만원임을 감안하면 이들 기관장의 임금이 3배 이상인 것이다.

이들 3개 기관은 최근 들어 민간 출신이 기관장으로 임명되기도 하나 전통적으로 금융위나 기재부 등 흔히 말하는 ‘모피아’들이 낙하산으로 내려가던 곳이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은 이들의 임기를 3년으로 정하고 있다.

지난해 연봉을 부처별 산하기관으로 나눠보면 소위 ‘모피아’라 불리는 금융위나 기재부 산하 공공기관장이 두드러비게 높다.

기재부의 경우 산하 수출입은행과 한국투자공사, 조폐공사 등 기관장의 지난해 연봉이 평균 3억8,5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다만 산하기관 수가 3개에 불과하다.

금융위 산하 공공기관은 12개로 인원 대비 기관수가 많은데다 기관장 평균 연봉도 3억6,200만원에 달한다.

산업부와 미래부의 경우 산하 공공기관만 각각 39개에 달해 선택의 폭이 가장 넓다.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장들의 평균 연봉은 1억8,500만원으로 전체 공공기관 평균을 상회한다.

이른바 ‘산피아’라 부르는 산업부 퇴직 공무원들이 주로 내려가는 이들 산하기관에는 지난해 연봉이 3억500만원인 남동발전과 남부발전, 서부발전 등 2억원 이상인 기관만 14곳에 달한다.

연구원이 중심인 미래부 산하기관 기관장들의 평균 연봉은 1억6,800만원이다.

‘건설 마피아’로 불리는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도 23개에 달한다. 한국공항공사(3억3,200만원)와 인천국제공항(3억800만원), 토지주택공사(2억3,300만원) 등 기관장 연봉이 2억원이 넘는 기관만 8곳이다.

세월호 참사와 비난 여론이 거센 해수부 산하 공공기관도 14개다.

연봉 2억원을 넘는 기관은 인천항만공사(3억800만원), 해양환경관리공단(2억6,100만원), 부산항만공사(2억1,400만원)으로 3곳이지만 14개 기관장 평균이 1억7,100만원에 달할 만큼 알짜 기관이 많다.

교육부 퇴직 공무원들이 주로 이동하는 산하기관도 21개에 달한다. 다만, 이들 공공기관장의 평균 연봉은 1억3,900만원으로 전체 공공기관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정부는 금융·사회간접자본(SOC)·에너지 등 분야 기관장의 성과급 상한을 낮추는 방식으로 올해부터 보수를 대폭 낮출 예정이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공기관에 경쟁력 있는 인물을 끌어오려면 업계 수준에 맞춰 연봉을 높여야 한다는 논리로 연봉을 높여놓고 결국 관료 출신들이 그 자리에 갔다”며 “공공기관이 정부 일을 대신 맡는다는 차원이라면 급여를 민간보다 낮추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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