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또 허리케인 공포… 100만명 대피령

'아이크' 텍사스주 접근 유화단지 피해 우려

허리케인 아이크가 멕시코만에 접근함에 따라 새우잡이 배들이 11일(현지시간) 텍사스주 갈베스턴카운티의 케마시 인근 부두에 대피해 있다. 이번주 말 허리케인이 텍사스주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휴스턴 등 저지대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내렸다. /휴스턴=AP연합뉴스

미 동남부 지역이 열흘 여 만에 또 다시 허리케인 공포에 휩싸였다. 허리케인 ‘구스타프‘에 이어 ‘아이크’가 텍사스주 남동부 연안으로 접근, 인근 주민 100만 여 명에게 대피령이 떨어졌다. 특히 이번 태풍은 미국에서 가장 큰 정유ㆍ화학 단지를 정조준하고 있어 당국이 면밀히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북부 텍사스 연안은 미국 석유정제 능력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12일 AP통신은 갈베스턴 섬 등 텍사스 주 해안에 거주하는 거의 100만 명에 달하는 주민들에게 허리케인으로 인한 대피령이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태풍은 현지시간으로 금요일 혹은 토요일 이른 새벽에는 연안에 상륙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연안 인근 갈베스턴 섬 한쪽 해안가를 이미 완전 침수시켰다. 허리케인 경보는 코프스 크리스티에서 루지애나 주 모간 시에 이르는 해안 650km에 발효됐다. AP통신은 갈베스턴 섬으로부터 피난 행렬이 꼬리를 물고 있지만 비교적 차분한 모습이라고 전했다. 휴스톤 시 당국자는 “아직은 주민 대피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며 그래도 피난을 원할 경우 철도를 이용할 것”을 권했다. 이와 관련, 통신은 이른 소개령으로 공황 상태가 연출, 태풍 자체보다 더 큰 피해를 낳았던 3년 전 허리케인 ‘리타’ 당시 상황을 재연하기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전문가들은 아이크가 3등급 허리케인으로 발전한데다 멕시코 만 전체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크기가 커 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특히 텍사스 연안 바다가 얕기 때문에 파도가 층을 이뤄 높은 물결이 덮칠 수 있다고 당국자들은 지적했다. 주민 소개령이 내려진 갈베스톤 섬 해안의 경우 1~2층 건물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확실한 죽음’과 직면할 수도 있다는 게 당국의 경고다. 텍사스 만에 위치한 엑슨모빌ㆍ다우케미컬ㆍBASF 등 대부분의 정유시설과 화학단지들은 허리케인의 움직임에 따라 단계적으로 가동을 멈추기 시작했다. 나사 존슨우주센터도 문을 닫고 임시 기지를 주도 어스틴 인근으로 옮겼다. 산업 시설 관계자들은 “정유 시설과 화학 공장은 강한 바람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면서도 “정전으로 인한 전력공급 단축으로 가동을 멈추는 등 피해가 유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릭 페리 텍사스주 주지사는 “매우 큰 폭풍으로 위험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며 “상당한 피해를 예상할 수 있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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