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10년만에 적자볼듯
상반기 960억 발행 통안증권 이자부담 갈수록 커져
한국은행이 10년 만에 적자를 낼 전망이다.
자산운용 수익은 갈수록 떨어지는 반면 통화안정증권 등 이자부담은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통화채 발행이 누적되고 환율관리 비용도 늘어나 한은의 수익구조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한은의 수익구조가 나빠지면 재정 압박도 지금보다 훨씬 심해진다.
6일 한국은행이 운영수지 상황을 잠정 결산한 바에 따르면 상반기 중 약 960억원의 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은은 하반기에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이 적자를 기록하는 것은 지난 94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한은은 93년과 94년 두 차례 적자를 낸 적이 있으나 이후 95년과 96년 각각 3,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린 데 이어 97년 이후부터는 매년 조 단위의 흑자를 내왔으며 지난해는 2조1,94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한은의 적자가 예상되는 이유는 최근 환율하락과 국제금리 약세로 원화표시 외화자산의 운용수익은 크게 줄었으나 통안증권 발행잔액은 계속 증가해 이에 따른 이자비용 부담이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의 통안증권 발행잔액은 6월 말 기준으로 128조원에 달하면서 지난해 말보다 22조원 가량 늘었으며 통안증권의 이자도 상반기 중 2조7,000억여원이나 지출됐다.
한은은 경기부양이나 환율방어를 위해 달러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시중에 풀려나간 과잉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통안증권을 계속 증액 발행해 이에 따른 이자부담만도 연간 5조원 이상 되는 실정이다.
한은이 적자를 낼 경우 현재 6조원에 달하는 자체 적립금으로 부족분을 충당하기 때문에 한은 자체의 재정운영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으나 중앙은행이 계속 적자를 낼 경우 대외신인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98년 이후 7년 동안 평균 1조9,268억원씩 모두 13조,4882억원을 국고에 지원해왔으나 올해부터 적자를 내면 국고로 들어가는 돈은 한푼도 없게 된다.
기획예산처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빠듯한 재정형편에도 그런 대로 버텨온 것은 공기업 매각 특별이익과 세계잉여금, 한국은행 이익금 등이 빈틈을 메워진 때문”이라며 “앞으로 재정운영이 더욱 힘들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권홍우 기자 hongw@sed.co.kr
입력시간 : 2004-09-06 17:30